2025년 12월 16일(화)

이재용 회장, 테슬라 머스크·AMD 리사수 연쇄 회동... "열심히 일하고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내년 본격화될 AI(인공지능) 대전환 국면에 대비한 경영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5일 밤 9시 40분께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습니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회장은 이번 출장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일하고 왔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약 일주일간 진행된 이번 출장에서 이 회장은 미국 동부 뉴욕을 시작으로 텍사스 오스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등 미 전역을 이동하며 주요 글로벌 반도체·AI 기업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와 AMD를 비롯해 메타, 인텔, 퀄컴, 버라이즌 등 핵심 고객사 최고경영자들이 주요 만남 대상이었습니다.


2025-12-16 08 43 50.jpg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특히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직접 만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스틴에는 테슬라 본사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해 있으며, 신규 가동을 앞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역시 차량으로 약 45분 거리에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로부터 약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AI6' 생산을 수주해, 해당 물량을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입니다. 단일 파운드리 계약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AI6를 비롯해 차세대 AI 칩 공동 협력,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체계 구축, 미국 내 생산 거점 활용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6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과 로봇, AI 모델 운용에 활용될 핵심 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슬라의 AI4 칩을 생산 중이며, 최근에는 대만 TSMC가 담당할 예정이던 AI5 일부 물량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서는 AI5와 AI6 모두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머스크 CEO는 최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삼성이 테슬라의 생산 효율 개선을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며 "내가 직접 생산 라인을 점검하며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 GettyimagesKorea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GettyimagesKorea


재계에서는 이 같은 대형 계약 성사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회장과 머스크 CEO는 2023년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처음 만난 이후 교류를 이어왔고, 올해 들어 협력이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AMD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이번 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이 회장은 리사 수 AMD CEO를 만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과 차세대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AMD의 AI 가속기 'MI350'에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있으며, AMD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HBM4 12단을 적용한 차세대 AI 가속기 'MI450'을 개발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기존 공급 이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MI450용 HBM4 계약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울러 AMD의 차세대 제품을 삼성전자의 최선단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약 2나노 파운드리 수주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회장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미주총괄(DSA) 사옥 등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도 이어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도 주요 글로벌 기업 CEO들을 촘촘한 일정으로 만난 것으로 안다"며 "출장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반도체와 AI 사업 전략을 본격적으로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회장은 내년 초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신년 사장단 만찬'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해당 만찬은 내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을 앞두고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MD CEO 리사 수가 2017년 2월 라이젠 테크데이 행사에서 특유의 포즈로 라이젠 프로세서를 소개하고 있다. /AMD리사 수 AMD CEO / A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