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이 한국 탁구 역사상 첫 WTT 파이널스 금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경기 후 보여준 스포츠맨십이 중국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신유빈은 홍콩에서 열린 WTT 파이널스 홍콩 2025 혼합복식 결승에서 임종훈과 페어를 이뤄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를 3-0으로 제압하며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당시 중국 팀은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쑨잉사는 직전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당했습니다. 3게임에서 크로스 스텝으로 공을 처리하려다 발목을 접질렸고, 5게임 도중 기권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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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혼합복식 결승 출전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쑨잉사는 약 80분의 짧은 휴식 후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평소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왕추친은 경기 전후 쑨잉사에게 "다리를 꼭 보호하라"고 당부했으며, 쑨잉사의 적극적인 수비와 전위 플레이가 발목 부상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했습니다.
남녀 단식 세계 1위 조합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임종훈-신유빈은 경기 종료 후 별도의 우승 세리머니를 생략했습니다. 특히 신유빈은 쑨잉사에게 먼저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부상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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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 '소후'는 14일 "단식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쑨잉사는 혼복 결승에 끝까지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면서 "다만 발목 부상으로 움직임이 크게 제한된 모습이었고 경기 전후로 여러 면에서 많은 우려를 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왕추친은 쑨잉사 이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파트너를 지원했다"고 전했습니다.
소후는 "WTT 연말 총결산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임종훈-신유빈은 어떠한 우승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며 "쑨잉사 부상이 없었다면 자신들에게 우승 기회가 오지 않았을 거란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유빈은 승리 직후 기쁨보다 쑨잉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상 상태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쑨잉사는 '친구'의 걱정에 미소로 화답하며 "괜찮다"는 의미를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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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우승 인터뷰에서도 영어로 "쑨잉사, 부상 조심하세요(Sun Yingsha, Take care)"라는 메시지를 건네며 테이블 안팎에서 품격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신유빈의 행동을 본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여자탁구 대표선수를 향한 애정어린 댓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소후에 따르면 '신유빈은 정말 따뜻하다. 주최 측보다 훨씬 인간적' '경기 중에도 소리 지르지 않고 이겨도 세리머니 없이 바로 배려했다' '얼굴로 봐서는 예쁜 아가씨 같은데 성격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 '한국인은 항상 예의 바르고 정중해요. 쑨잉사가 부상했고 왕추친이 피곤하다는 걸 알고 있어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거죠' 등 한국 탁구 '황금 콤비' 인성에 매료됐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한국 혼복 조도 이번 우승이 운이 따랐다는 걸 알고 있겠지' '애초 2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등 날선 댓글도 일부 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