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29년간 1430번 출동' 백혈병 걸린 소방관... 법원 "공무상 질병 인정"

29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1,000건 이상의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이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문지용 판사는 최근 소방공무원 A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A씨는 1996년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해왔으며, 2021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가 실제 화재 진압·구조 업무를 담당한 시점에서 약 22년이 경과한 후 발병했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A씨 측은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개인보호장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 화재현장 출동 업무를 수행하며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최소 수백 건의 화재현장에 출동한 것은 넉넉히 인정된다"면서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발병하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사무분장표에 따르면 방호·구조·구급 담당 직원 모두가 화재현장에서 구호업무를 담당하고, '출동부서장은 모든 화재에 출동해야 한다'는 소방본부 회신 등을 근거로 A씨가 상당수 화재현장에 출동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현장지휘관은 통신기기를 통한 지휘와 상부 보고 업무로 인해 호흡기 보호장구를 착용할 수 없다"는 동료 소방관 진술을 언급하며 "A씨는 현장지휘 과정에서 상당량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법원은 A씨가 화재조사보고서 등 공식 기록상 1,047건의 화재 현장에 출동했으며, 기록에 남지 않은 경미한 화재까지 포함하면 약 1,430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A씨가 소방공무원 근무 이전에 백혈병 관련 질병을 앓은 적이 없고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도 없었던 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29년간 소방관으로 화재 진압 업무에 종사했다면 공무와 질병 사이에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도 판결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번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