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구더기로 뒤덮인 채 숨진 파주 육군 부사관 아내 사망 사건과 관련해, 생전 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의학적 소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제기돼 온 '방치·유기' 논란을 넘어, 외력에 의한 상해 여부가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파주 육군 부사관 아내 A씨 사망 사건을 다시 짚으며, 단순한 방치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체 손상 정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A씨는 지난해 11월 17일 남편 정모 씨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튿날 패혈증으로 숨졌습니다. 발견 당시 A씨의 전신에는 수만 마리의 구더기가 퍼져 있었고, 엉덩이와 복부, 허벅지 등 신체 전반에서 심각한 괴사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강남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A씨의 신체에서 욕창으로 보기 어려운 괴사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강 전문의는 "어깨와 복부 등에서 외력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부 괴사가 발견됐다"며 "아무리 짧아도 3개월 이상 진행된 병변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어깨 부위 괴사는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상에 의한 괴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내놨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흉부 CT 결과도 의문을 키우고 있습니다. 강 전문의는 "오른쪽 1번부터 6번까지 다발성 갈비뼈 골절 소견이 확인됐다"며 "이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1번 갈비뼈는 심폐소생술로 골절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외부 충격이나 폭행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A씨의 상태를 보면 최소 수개월 동안 심각한 괴사가 진행됐고, 구더기가 살을 파고들 정도였다"며 "그 기간 내내 상태를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역시 "우울이나 공황장애가 있다고 해서 거동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A씨가 움직이지 못했던 상황은 자유 의지의 결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씨는 아내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폭행 또는 강한 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석민 변호사는 "괴사 발생 시점과 응급대원 진술, 신체 손상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 결합되면 형사 책임 판단에서 상당히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유기치사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향후 부검 결과와 추가 의료 감정에 따라 폭행이나 보다 중한 범죄 혐의로 전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수사의 초점은 단순 방치 여부를 넘어, A씨가 생전에 어떤 폭력에 노출됐는지로 점차 옮겨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