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이름이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국내 재계 인물을 꼽으라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미국 핵심 정치 세력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온 정 회장이 이번에도 한발 앞서 나갔습니다.
1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주최한 성탄절 만찬에 참석해 밴스 부통령과 직접 만났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현지 시각으로 12일 저녁 밴스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백악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 시암 상카르 팔란티어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미국 기업인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 회장은 만찬에 앞서 백악관을 찾아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정책실장 등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와 국방부 연구·엔지니어링 차관을 지낸 인물로, 트럼프 2기에서는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과거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이끄는 틸 캐피탈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는 등 이른바 '틸 사단'의 핵심 인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AI 수출 프로그램(America AI Exports Program)' 시행을 발표하고, AI 기술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전 세계에 수출하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한미 양국은 같은 달 APEC 정상회의 주간에 '한·미 기술번영 MOU(Technology Prosperity Deal, TPD)'를 체결하며 AI 분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습니다. 정 회장은 면담에서 유통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첨단 기술 도입에 대한 관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성탄절 만찬에는 밴스 부통령과 함께 록브리지네트워크를 설립한 크리스토퍼 버스커크 1789캐피탈 최고운용책임자(CIO)도 참석했습니다. 버스커크 CIO는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 멤버들과 만남을 갖고, 이사진에 공식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른쪽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록브리지네트워크는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에 설립됐으며, 현재 일본과 대만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록브리지네트워크 아시아 총괄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싱크탱크 형태로 출범한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에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병은 1789파트너스 대표, 리처드 차이 대만 푸본그룹 회장 등이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편 정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스페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도 만나 교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치권 핵심 인사들과의 접점을 잇달아 넓히며, 정 회장이 구축하고 있는 대미 네트워크의 무게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