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를 앞둔 기업일수록 주주환원은 뒷순위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미국 생산시설 인수라는 굵직한 투자를 병행하면서도, 역대 최대 수준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지난 11일 셀트리온그룹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올해 배당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배당은 내년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배당 기준일은 12월 31일입니다.
셀트리온은 보통주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습니다. 총 배당금은 약 164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배당 대상은 발행주식총수 약 2억3096만주 가운데 자기주식 약 1235만주를 제외한 약 2억1861만주입니다. 회사는 미국 생산시설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배당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셀트리온 사옥 전경 /사진제공=셀트리온
실질 배당 가치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자본준비금 약 62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비과세 배당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활용한 감액배당이 이뤄질 경우, 주주들은 배당소득세 15.4%를 부담하지 않아 실수령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여기에 지난 5월 실시한 무상증자 효과도 더해집니다. 셀트리온은 주당 0.04주의 무상증자를 단행해 약 4%의 주식배당 효과를 냈습니다. 무상증자로 배정된 신주 역시 이번 현금배당 대상에 포함되면서, 해당 기간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면 체감 배당 수익은 더욱 확대됩니다.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하며 주주친화 정책을 한층 강화해 왔습니다. 올해 셀트리온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8442억원에 달하고, 그룹 차원에서 매입한 셀트리온 주식은 총 1조9000억원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소각된 자사주만 해도 약 9000억원 규모에 이릅니다. 이번 현금배당까지 포함하면 셀트리온이 올해 주주환원에 투입한 재원은 1조원을 훌쩍 넘고, 자사주 매입까지 합산하면 약 2조원에 달합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셀트리온의 올해 주주환원율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사주 매입·소각, 무상증자 등을 모두 감안한 주주환원 규모는 회사가 연초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2027년까지 3개년 평균 목표치인 40%를 크게 웃돌 것으로 관측됩니다. 셀트리온은 비과세 배당과 현금배당을 병행해 주주가치 제고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같은 날 셀트리온제약도 배당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셀트리온제약은 보통주 1주당 200원의 현금배당과 0.02주의 주식배당을 결정했습니다. 배당 대상은 발행주식총수 약 4368만주에서 자기주식 약 26만주를 제외한 약 4342만주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뉴스1
셀트리온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케미컬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모두에서 견조한 매출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현금과 주식을 병행한 배당은 공장 증설 등 향후 투자 계획과 주주환원을 균형 있게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이번 배당은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라는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도 성장 자신감과 주주 동반 성장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중장기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셀트리온은 같은 날 이사회에서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위해 셀트리온USA에 약 7824억원 규모의 자본 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자본 증자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1차로 6555억원을 오는 18일 투입하고, 2차로 1269억원을 내년 중 집행할 예정입니다.
셀트리온USA는 이번 인수를 통해 생산시설 취득과 운영을 맡게 됩니다. 셀트리온은 이미 기업결합 심사를 마친 상태로, 연내 인수를 완료한 뒤 즉시 해당 시설을 활용해 일라이 릴리의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후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미국 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라리릴리 미국 공장 전경 / 사진제공=셀트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