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8일(월)

넷플릭스-워너 합병, 8.6조 위약금 걸고도 무산 위기... "트럼프, 반독점 우려 제기"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위해 720억 달러(한화 약 106조 원)라는 거액을 제시하며 58억 달러의 파격적인 위약금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우려로 인해 이번 거대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사이트(왼쪽) 넷플릭스 공동 CEO 그렉 피터스 / GettyimagesKorea


지난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규제 당국의 불허로 거래가 결렬될 경우 워너브러더스 측에 58억 달러(한화 약 8조 6,000억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전체 인수 금액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넷플릭스 경영진이 전 세계 반독점 규제 당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인수전에서 경쟁 입찰자였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위약금을 기존의 두 배인 50억 달러(한화 약 7조 4,000억 원)까지 제시했으나, 넷플릭스가 이를 상회하는 조건을 내세우며 우위를 점했습니다.


WBD 주주들이 합병안을 부결시킬 경우에는 넷플릭스에 28억 달러(한화 약 4조 1,000억원)의 역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미국 CNBC는 5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건에 대해 "강한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넷플릭스는 좋은 회사고 매우 존경하지만, 이번 인수는 시장 점유율이 너무 높다"며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GettyimagesKoreaGettyimagesKorea


핵심 쟁점은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입니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가 합쳐지면 미국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의 30%를 차지하게 됩니다.


2023년 미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합병 시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 합병이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전 세계 구독자 3억여 명의 넷플릭스와 약 1억 2,800만 명의 HBO 맥스가 결합해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후발 주자들을 크게 앞서게 됩니다.


다만 워너브러더스 산하의 CNN 등 케이블 방송국은 분사해 별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스트리밍 시장의 거의 절반을 장악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탄생하게 되면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라며 독과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유튜브, 틱톡 등의 동영상 플랫폼도 스트리밍 시장에 포함되므로 독과점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인수 경쟁에서 밀려난 파라마운트의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파라마운트는 1일 워너브러더스에 서한을 보내 "넷플릭스의 세계적 지배력이 강화·확대되는 것을 국내외 반독점법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매각이 결코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파라마운트의 데이비드 엘리슨 최고경영자는 3일 백악관을 찾아 넷플릭스 인수 반대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엘리슨 최고경영자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아들로, 부자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스카이댄스 미디어로 시작해 지난해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최종 합병 승인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파라마운트 산하 CBS도 인수했습니다.


CBS는 프로그램 '60분' 보도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소송전을 벌였으나 합병 전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CNN 미디어 분석가 브라이언 스텔터는 "많은 규제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다른 국가의 규제 당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의 독점 여부 승인도 받아야 합니다.


거래가 무산되거나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하는 58억 달러의 위약금은 할리우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 무산 비용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