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증언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162차례 반복하며 모든 질문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참석한 이날 법정에는 한 전 총리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한 전 총리는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전 재판부에 "이 사건에서 증언하면 제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 뉴스1
현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는 내년 1월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판부는 "증인의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며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증언을 거부할 것을 제안했지만, 한 전 총리는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제기한 총 162개 질문에 대해 예외 없이 모든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한 전 총리에게 "피고인(윤 전 대통령)은 이번 계엄이 메시지 계엄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데, 증인은 계엄 당일 과거의 계엄을 생각하고 반대한 게 아닌가"라고 질문했습니다.
또한 "감사원장과 검사까지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던 점을 알고 있나"라며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유도하려 했지만, 한 전 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다만 한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 통상산업비서관으로 근무했나", "당시 금융실명을 선포할 때 국무회의가 개최됐었나" 등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질문들에는 간략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한편 지난달 19일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제 진술은 탄핵심판 조서와 중앙지법 공판조서에 거의 두꺼운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으로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며 "1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측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지만,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의 질문에는 "총리가 저를 설득하려 했고, 저는 상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이렇게 (계엄 선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총리를 설득하려 했다"며 계엄에 반대한 다른 국무위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