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박찬욱 감독, '최애 영상' 묻는 美 매체에... "윤석열 비리 다룬 영상 즐겨 본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박찬욱이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유튜브 영상을 반복 시청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박찬욱 감독은 미국 '뉴욕 매거진' 산하 대중문화 전문 매체 '벌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애 프로그램'(Comfort show)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박 감독은 "윤 전 대통령의 각종 비리 의혹 관련 유튜브 영상들"이라고 답변했습니다. 'Comfort show'는 위로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콘텐츠, 즉 여러 번 봐도 지루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이번 인터뷰는 뉴욕 매거진이 진행하는 특별 기획의 일환으로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매체는 올해 문화 예술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 50명을 선정해 '올해의 창작물'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박 감독의 인터뷰는 '박찬욱이 2025년에 보고, 읽고, 들은 것'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명확히 해온 영화계 대표 인사 중 한 명입니다.


지난해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영화인 긴급 성명에 참여했으며, 이 성명에는 박 감독을 포함해 총 8007명의 영화인이 동참했습니다.


인사이트뉴스1


당시 성명서에는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망상에 그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대한민국의 존립에 가장 위험한 존재는 윤석열이며, 대통령이라는 직무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박 감독은 성명 발표 후 문화방송(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참여를 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당일에는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빵집에서 하루치 빵을 모두 구매하는 행동을 보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박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선정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 GettyimagesKorea박찬욱 감독 / GettyimagesKorea


이 작품은 극도로 우경화된 정부가 집권한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과거 급진 좌익 단체에 소속되었던 주인공이 납치된 딸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박 감독은 "80년대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실패한 혁명가의 삶을 스크린에서 보는 일이 큰 울림을 줬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올해 최고의 연기'로는 해당 작품의 주연을 맡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꼽았습니다. 박 감독은 올해 최고의 TV 시리즈로 넷플릭스의 4부작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을, 기억에 남는 연극과 뮤지컬로는 '헤다 가블러'를 선택했습니다.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으로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을,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으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리사이틀을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