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오케이, 컷' 소리에 일어나셨으면"... 이순재, 눈물의 배웅 속 영면

국민배우 故 이순재가 후배 배우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었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됐습니다.


70년 가까이 연기 인생을 살아온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를 향한 동료들과 후배들의 마지막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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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에서 배우 김영철은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김영철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배우 하지원도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기렸습니다. 그는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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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은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고인이 건넨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는 담담한 위로를 언급하며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추도사를 마쳤습니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기렸습니다.


120석 규모의 영결식장은 가득 찼습니다. 유족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동환, 정준하 등 인연이 있는 후배들을 비롯해 생전 고인이 가르쳤던 학생들도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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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나이에 맞춰 91송이의 헌화가 끝난 뒤에도 묵념과 함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바로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습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2024년 드라마 '개소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까지 70년 가까이 쉼 없이 연기를 해왔습니다.


이순재는 우리나라 최초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의 드라마 '푸른지평선'에서 얼굴을 알렸고,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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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사극 '허준'(1999년)입니다. 두 드라마에서 각각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따뜻한 스승 유의태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고, 2013∼2018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참된 어른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이순재. 그는 연기 인생 출발점인 연극 무대로 돌아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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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지난해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시상식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