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인간의 뇌, 평생 네 번 '대전환' 맞는다... 9세·32세·66세·83세가 결정적 시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이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5단계의 발달 과정을 거치며, 9세, 32세, 66세, 83세가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케임브리지대학교 뇌과학자들은 0세부터 90세까지 총 3,802명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습니다.


연구진은 확산 MRI 스캔 데이터를 통해 물 분자가 뇌 조직을 통해 이동하는 방식을 추적하여 신경 연결망을 시각화했습니다.


2025-11-26 14 41 33.jpg인생의 다섯 시기에 해당되는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을 이용해서 뇌속 신경 섬유들을 시각화한 이미지. 이미지에 사용된 색은 서로 다른 신경 경로를 표시한다. / 알렉사 모슬리 박사 제공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다음과 같은 5단계를 거쳐 발달합니다.


유년기(0~9세): 네트워크 통합의 시기


첫 번째 단계인 유년기에는 '네트워크 통합'이 핵심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아기의 뇌에서는 시냅스가 과도하게 생성되지만, 활동성이 높은 연결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제거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0~9세 동안 뇌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재배선되며,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피질 두께가 정점에 도달하고 뇌 표면의 주름이 안정화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9세 전후에는 인지 능력이 급격하게 확장되지만, 동시에 불안과 ADHD 같은 정신건강 취약성이 증가하는 발달적 분기점에 들어섭니다.


청소년기(9~32세): 뇌 능력의 최고조


두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30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청소년기입니다. 백질의 부피 증가가 지속되며 뇌 연결망의 조직화가 점점 더 정교해집니다. 이 시기는 뇌 연결 효율성이 증가하는 유일한 시기로, 인지 수행 능력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뇌가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달 추세를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가장 큰 시기이기도 합니다. 연구진은 32세가 생애 전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밝혔으며, 이 시점에서 뇌 배선이 방향을 가장 크게 바꾸고 구조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4t5jbv0t0vd5j1quhck7.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성인기(32~66세): 안정성의 시대


세 번째 단계인 성인기는 가장 길고 안정적인 시기입니다. 뇌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거의 없으며, 지능과 성격이 비교적 안정되는 시기로 다른 연구 결과들과도 일치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뇌 영역 간 연결이 점점 분리되며 기능적 전문화가 증가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초기 노화기(66~83세): 점진적 재구성


네 번째 단계인 초기 노화기에는 노화가 시작되지만 갑작스럽고 급격한 쇠퇴는 아닙니다. 백질이 서서히 약화하며 뇌 네트워크의 재구성이 진행됩니다.


8d84hi3p6f7n7soa752j.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젊은 시기의 '중앙집중식' 구조에서 벗어나 영역 간 장거리 연결이 감소하면서 뇌는 더 '분절된' 형태로 변화합니다.


각각의 영역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혈압, 심혈관 문제 등 노년기 위험 요인이 증가해 치매와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후기 노화기(83세 이후): 마지막 전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인 후기 노화기는 83세 무렵부터 시작됩니다. 중앙집중식 뇌 연결이 심하게 감소해 뇌 각 영역이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작동이 더욱 약화됩니다.


특정 뇌 영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국지적 연결'이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대 MRC 인지·뇌과학연구소 던컨 애스틀(Duncan Astle) 부소장은 "뇌의 발달은 단순한 지속적 변화가 아니라 몇 번의 큰 전환점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시기들을 알면 언제 뇌가 취약한지, 왜 특정 시기에 학습 장애나 정신 질환이 증가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ma69eg90b453ch899j43.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의 알렉사 모슬리 박사는 "약 32세 전후가 가장 방향성 있는 변화를 보이며, 뇌가 인생 전체에서 가장 큰 구조적 전환점을 이룹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시점이 뇌가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뇌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BBC 방송에 말했습니다.


던컨 애슬 박사는 "삶이 여러 단계로 나뉘듯이, 뇌도 여러 시대를 겪습니다. 신경 발달, 정신 건강, 신경학적 질환은 뇌 배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배선 차이는 주의력, 언어, 기억력 등 다양한 행동과 능력에 영향을 줍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가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따라 계속 변화하지만, 이 변화는 평탄하지 않고 주요 전환점을 거치며, 정신 건강 장애나 치매 위험이 생애 단계에 따라 왜 달라지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진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전환 연령이 데이터상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