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괌에서 부산으로 향한 대한항공 KE2260편에 탑승한 승객은 단 3명에 불과했습니다.
180석 규모의 항공기에 승객보다 승무원이 더 많은 기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해당 항공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객실 승무원 4명 등 최소 6명의 승무원이 탑승했습니다. 승객 3명에 승무원 6명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된 셈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부산~괌 노선의 참담한 현실은 이날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1일 부산발 괌행 항공편 탑승객도 4명에 그쳤으며, 지난 2일 대한항공 부산~괌 왕복 항공편의 총 승객 수는 19명에 불과했습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해당 노선 평균 탑승률도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부산~괌 노선의 탑승률이 급락한 배경에는 여행 수요 변화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특별한 의무사항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에 부산~괌, 부산~세부, 부산~베이징, 부산~다낭, 부산~칭다오 등 일부 국제선의 공급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10년간 유지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는 합병 후 항공사들이 노선을 임의로 축소해 독과점이 강화되고 운임이 상승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문제는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크게 변했다는 점입니다. 괌이나 세부는 과거 대표적인 인기 휴양지였지만, 최근 환율 상승과 여행 경로 다변화로 인해 매력도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베트남 푸꾸옥이나 필리핀 보홀 등 새로운 경쟁 휴양지들이 부상하면서 기존 노선의 수요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승객보다 승무원이 많은 항공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지방 공항 노선 다변화와 신규 노선 취항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공급을 억지로 유지하느라 정작 수요가 있는 신규 노선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