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지분은 송치형, 컨트롤은 이해진"... 두나무×네이버, 20조 '핀테크 공룡' 탄생 눈앞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1위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합병 작업이 구체화되면서, 시가총액 20조원 안팎의 핀테크 공룡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지만 실제 경영권은 네이버, 결국 이해진 의장이 쥐는 이례적 지배구조가 동시에 설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모두 '비상장' 회사입니다. 두나무 기업가치는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은 5조원 수준으로 평가되며,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비율이 확정될 경우 두나무 경영진은 통합 법인 지분 약 28%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네이버는 17% 안팎으로 2대 주주가 되는 구조입니다. 숫자만 보면 두나무 쪽 영향력이 커지는 그림입니다.


다만 두 회사는 두나무 경영진이 가진 지분 가운데 일부 의결권을 네이버에 위임하고, 통합 법인을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하는 방향으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우 장부상 최대주주는 송 회장이지만, 이사회 구성과 중대한 의사결정에서는 네이버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시장에서 "지분은 송치형, 컨트롤은 네이버"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옵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네이버 경영 리더 되나송치형 두나무 회장(이사회 의장) / 사진제공=두나무


실적 측면의 기대도 작지 않습니다. 업계에선 코인 거래 회복을 전제로 내년 두나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대 중반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예상 영업이익은 2조 5천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데, 두나무 실적이 온전히 연결 편입될 경우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두나무의 3분기 순익은 약 2390억원이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대규모 신규 자금 투입 없이 성장성 지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변수는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양사 주총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구조는 다소 단순합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 중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반면 두나무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구조입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우리기술투자·한화투자증권·하이브 등 재무적 투자자가 고르게 분포해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두나무 주식을 회사에 되팔 수 있는데, 현재 논의되는 기준을 적용하면 매수청구 가격은 1주당 40만원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청구 물량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통합 법인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합병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이해관계자 중 공식적으로 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쪽은 없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미지 001.jpg이해진 네이버 의장 / 뉴스1


정책·규제 측면에서도 이번 딜은 시험대 성격이 짙습니다. 정부는 2017년 이후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구분하는 금가분리 원칙을 유지해 왔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증권사가 아닌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있습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번 합병이 금가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사례는 아니라는 인식이 우세하지만, 대형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 결합을 허용하는 전례가 되는 만큼 향후 다른 빅테크·금융사까지 구조 변화를 시도할 여지를 열어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편법을 노리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치권·제도권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만큼 실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두 회사가 그리는 큰 그림은 스테이블코인과 결제를 축으로 한 초대형 금융 플랫폼입니다.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온·오프라인 결제에 활용하고, 업비트와의 연동을 통해 디지털자산 투자까지 연결하는 구상입니다. 


최근 네이버가 경영권을 확보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까지 더하면 주식·디지털자산·결제를 한 번에 다루는 구조도 가능해집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와 디지털자산법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부분이 이 구상을 실현시키는 데 장애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19일 열린 'D-CON 2025'에서도 정치권이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참가했던 국회의원들이 당 내에서 각자 정책적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시간'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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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합병한다고 해도 당장의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결국 이번 네이버·두나무 합병은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한국식 빅테크·핀테크 지배구조와 가상자산 규제 틀을 동시에 시험하는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지분은 송치형, 컨트롤은 네이버라는 새로운 실험이 20조원 규모 핀테크 공룡의 성장 엔진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리스크로 돌아올지는 향후 주주총회와 금융당국, 국회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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