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간 외 근무시간을 허위로 입력하고 수당을 부당하게 받아챙긴 공무원들이 대거 적발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20일 발표한 '공직기강 감찰 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 공무원들의 초과근무 수당 부정수급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사진=행정안전부
이번 감찰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연말연시 분위기에 편승한 복무위반과 공직사회 기강 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감찰 결과 총 14건, 32명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되었으며,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시간 외 근무시간 허위 입력 및 수당 부당 수령이었습니다. 익명신고, 지인제보,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한 조사에서 공무원들의 다양한 부정행위가 드러났습니다.
서울 성동구청 소속 지방행정주사(6급 공무원) A씨는 29차례에 걸쳐 시간 외 근무시간을 허위로 입력했습니다.
A씨는 평일 오전 8시 이전 출근해 시간 외 근무시간을 입력한 후 곧바로 나가서 자녀 등원 등 사적 용무를 보고 출근시간 전에 복귀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자녀 하원 등의 용무를 본 뒤 퇴근시간을 입력하고 바로 퇴근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A씨는 총 86시간의 허위 근무시간을 입력해 110만 원의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같은 구청 소속 지방행정주사보(7급 공무원) B씨도 유사한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B씨는 평일 오후 6시 이후 청사를 나가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거나 집안일 등 사적 용무를 본 뒤 청사로 복귀해 퇴근시간을 입력했습니다.
휴일에는 출근시간 입력 후 부모님 병원 방문에 동행한 뒤 퇴근시간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29차례, 총 98시간을 허위로 입력해 105만원을 부당 수령했습니다.
행안부는 해당 구청장에게 A씨와 B씨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 처분을 내리고 부당 수령한 시간 외 근무 수당 환수 및 부정 수령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산하여 징수하도록 했습니다.
부산진구청 소속 지방행정서기(8급 공무원) C씨는 더욱 노골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C씨는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고 퇴근했다가 오후 11시 이후 청사에 복귀해 퇴근시간을 입력하는 등 32회에 걸쳐 총 125시간을 허위로 입력했습니다.
부당 수령한 수당은 130만원에 달했으며, C씨는 "급여가 적어서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고자 이같이 행동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충북 증평군청 소속 지방시설주사(6급 공무원) D씨는 부서장에게 '현안사항 검토' 등을 목적으로 시간 외 근무 사전 결재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실내 수영장을 가는 등 개인 용무를 보면서도 해당 시간을 제외하지 않고 105만원의 수당을 받았습니다.
D씨는 "출근시간 입력 후 수영장에 다녀오는 방법으로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새벽에 일찍 나온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시간 외 근무시간을 허위 입력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북도청 소속 지방환경주사(7급 공무원) E씨는 실제 근무를 하지도 않으면서 동료에게 대리 입력을 요청했습니다.
E씨는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고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초과 근무 수당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며 같은 팀 동료에게 대리 입력을 부탁했습니다.
동료는 E씨의 힘든 상황을 고려해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고, 주로 직원들이 사무실에 없는 시간을 골라 시간 외 근무 시간을 입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E씨는 51회, 총 165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을 허위 입력하여 212만원을 부당 수령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적발된 공무원들은 대부분 불가피한 개인적 사정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A씨는 맞벌이 부모로서 자녀 등·하원 및 돌봄을 해야 하는 점을, B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홀로 모시고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E씨와 동료도 대리 입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밝히며 선처를 구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불가피한 개인적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적 용무 후 그 시간을 제외하지 않고 시간 외 근무시간을 허위로 입력해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안부는 해당 구청장에게 A씨와 B씨를 지방공무원법 규정에 따라 각각 중징계 처분하고, 부당 수령한 시간 외 근무수당 환수 및 수령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산해 징수하도록 했습니다.
E씨는 중징계, 동료는 경징계 처분하도록 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감찰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골프 비용이나 금품 등을 수수하거나 청탁에 의한 특정업체 특혜제공 및 이권개입 등을 한 지자체 공무원들도 적발해 징계 처분 및 수사 의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