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일하면 184만원 받는데 실업급여는 191만원... 역전현상 발생한 이유는?

감사원이 실시한 고용보험기금 재정관리 실태 감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유리한 역설적 상황이 실제로 확인된 겁니다.


지난 13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27만7000명이 기존 직장에서 받던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았습니다.


이들이 월급보다 더 받은 금액은 총 1조2850억원에 달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계산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정부는 직장을 잃은 고용보험 가입자에게 최소 120일부터 최대 270일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데, 실직 전 3개월간 평균 임금의 60%를 기준으로 급여 액수를 정합니다.


다만 이 액수가 최저임금보다 낮다면 사회보장 차원에서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고 주 5일 40시간을 일한 근로자의 경우 세금과 각종 보험료 공제 후 받는 실수령액은 월 184만3880원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구직 활동을 하며 실업급여로 받는 돈은 월 191만9300원으로, 일하지 않고도 약 7만5000원을 더 받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주 5일 근무하면 하루의 유급 휴일 수당을 포함해 6일 치 임금을 받지만,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를 7일간 받는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실업급여는 소득세, 4대 보험 등 공제가 없어 실수령액이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의 반복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실업급여를 받은 167만2000명 중 11만 명(6.6%)은 최근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규모는 2018년 8만명대에서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한 시중은행에서 최근 5년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한 975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87명은 이 은행에서 6개월간 일한 뒤 4개월 실업급여를 받고 2개월은 수입이 없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상황도 심각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업급여 잔고는 3조5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7조7000억원(차입금)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4조2000억원 적자 상태입니다.


감사원은 "차입금을 포함해도 경제위기가 갑자기 도래할 경우 8개월 후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현 실업급여 구조가 근로자의 근로 의욕과 실직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