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오늘이 가장 싸다"... 샤넬·루이비통 이어 셀린느도 '크리스마스 전' 가격 인상

명품 브랜드들의 연말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샤넬과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 주요 패션 브랜드에 이어 주얼리·시계 라인, 그리고 셀린느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상시 인상 체제'가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12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CELINE)는 이날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부 가방과 액세서리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대표 제품인 '라지 룰루 백'은 335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약 4.5% 올랐고, '틴 룰루 백'은 250만원에서 265만원으로 6% 인상됐습니다. 패션 액세서리 '스몰 트리옹프 벨트' 역시 84만원에서 89만원으로 약 6%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번 셀린느의 인상으로 11월 이후 연말 시즌을 전후해 국내 주요 명품 9개 브랜드가 잇달아 가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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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움직인 브랜드는 이탈리아의 보테가베네타(Bottega Veneta)입니다. 지난 11월 6일 대표 제품 '라지 안디아모'의 가격을 1136만원에서 1301만원으로 14.5% 인상했고, '차오차오' 백도 798만원에서 898만원으로 12.5% 올랐습니다. 올해만 세 번째 인상으로, 2월과 5월에도 가격을 조정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명품 샤넬(Chanel)은 12월 4일 '샤넬 25' 핸드백 라인의 가격을 평균 9.3% 올렸습니다. '스몰백'은 907만원에서 992만원, '미디엄백'은 970만원에서 1073만원으로 각각 9.3%, 10.6% 인상됐습니다. 샤넬은 올해만 다섯 차례 가격을 조정했는데, 1월(가방), 3월(코스메틱), 6월(가방·주얼리), 9월(지갑·신발), 12월(핸드백)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도 지난 10월 28일 홈페이지 공지 없이 조용히 가격을 올렸습니다. 대표 제품 '마몽 미니 숄더백'은 222만원에서 243만원으로 9.5% 인상됐고, 올해 초 189만원에서 222만원으로 17.5% 인상된 데 이어 9개월 만에 또 오른 셈입니다. '오피디아 스몰 토트백'(340만원→360만원), '질리오 라지 토트백'(290만원→295만원), '넥보우 리본'(33만원→35만원) 등도 일제히 인상됐습니다.


프랑스 루이비통(Louis Vuitton) 역시 12월 7일자로 일부 대표 제품 가격을 상향했습니다. '알마 BB 백'은 268만원에서 277만원으로, '스피디 반둘리에 30'은 276만원에서 286만원으로 각각 약 3~4% 올랐습니다. 루이비통은 올해 1월과 4월에도 제품군별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명품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의 움직임도 거셉니다. 이탈리아 불가리(Bvlgari)는 12월 10일 대표 라인인 '세르펜티'와 '디바스 드림' 등 제품 가격을 평균 3% 인상했습니다. 올해 4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같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계열의 미국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 & Co.)는 오는 12일부터 일부 주얼리와 워치 라인의 가격을 5~10% 올릴 예정입니다.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오메가(Omega)는 12월 1일부터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대표 라인인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쉐이드'의 경우 990만원에서 1040만원으로 약 5% 인상됐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역시 오는 15일자로 국내 판매 중인 모든 제품 가격을 평균 5% 올릴 예정입니다.


이처럼 불과 한 달 새 9개 브랜드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자, 업계에서는 '연말 인상 러시'가 아니라 사실상 '상시 인상 체제'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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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며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떨어지고,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브랜드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인상은 단순한 원가 전가가 아니라 브랜드의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연 2~3회 인상을 기본 사이클로 가져가며 수요 반응을 관찰하는 '다단계 가격 실험'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품 가격 상승은 중고 명품 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민트급 전문점 '캉카스백화점'에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며 대기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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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주요 브랜드의 인기 가방과 시계, 주얼리를 신품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민트급(mint condition)' 거래가 늘어나고 있어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합리적 가격과 희소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중고 명품 거래가 늘고 있다"며 "명품 시장은 신품과 리세일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로 재편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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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명품의 가격은 더 이상 환율이나 원가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전략과 소비자의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샤넬, 구찌, 루이비통, 셀린느 등 주요 브랜드가 잇따라 인상에 나서면서 '가격이 곧 브랜드의 언어'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