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에서 오랫동안 기피 대상으로 여겨졌던 내장육이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단백질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양학적 우수성과 푸드 웨이스트 감소 효과가 입증되면서 서구권에서도 내장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3일(현지시간) 서구 국가들에서 내장육 섭취 확대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에서 꼬리까지(Nose-to-Tail)' 철학을 재도입해 도축된 동물의 모든 부위를 활용하자는 움직임입니다.
기존 서구권은 스테이크나 양 다리 등 근육 부위 중심의 소비 패턴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진=인사이트
심장, 간, 신장 등 내장 부위는 저가 고기로 인식되어 상당량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장육은 영양학적으로 '고영양 식품'에 해당합니다. 간 100g에는 하루 권장 철분의 36%가 함유되어 있어 다진 고기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비타민, 미네랄, 필수 지방산도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연구진이 영국 육식 소비자 3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일수록 내장요리를 더 맛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만 내장에 대한 "오염됐을 것 같다", "역겹다"는 사회적 편견과 문화적 거부감은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장 섭취 확대는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동일한 양의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도축해야 하는 동물 수를 줄일 수 있어 푸드 웨이스트와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지속가능성 연구자들은 "내장 소비는 가장 현실적이고 윤리적인 육식 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내장 활용은 인류가 수렵채집 시대부터 이어온 가장 오래된 식문화입니다.
동물 한 마리를 잡으면 버리는 부위 없이 모두 섭취해야 했던 생존 기술에서 출발해 고대 국가와 종교 의식의 제물 문화로까지 발전했습니다.
한국의 곱창구이, 프랑스의 안두이유, 페루의 튀긴 위 요리 '모친치타' 등 세계 각국의 내장 요리는 이러한 생존 문화와 조리 기술의 다양성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최근 고물가와 고단가 소비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장은 서구에서도 '싼 고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고기'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슐랭 셰프들 중 일부는 이미 내장 메뉴를 메뉴판에 다시 올리기 시작했으며, 영국의 젊은 셰프들 사이에서도 전통 '오팔' 메뉴의 현대적 해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장이 혐오나 빈곤의 상징이 아니라 인류가 가장 오래 검증한 단백질 소비 방식이자 환경, 영양, 문화가 결합된 문명형 식재료라는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