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육군 12사단 군사경찰대대에서 집단 식중독 의심 사례가 발생해 군 급식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충청권 군부대 식중독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면서 군 급식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제군 소재 육군 12사단 군사경찰대대 소속 병사 30여 명이 지난 1일부터 복통과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나타냈습니다.
12사단 관계자는 "환자들 대부분이 경미한 증상을 보여 진료 후에 복귀했고, 다른 장병들과 동선을 분리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일부 병사들의 증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예정된 휴가를 나온 병사 중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는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주말 동안 몸살, 발열, 두통, 설사 증세를 겪은 병사 A씨는 3일 휴가를 나와 이동하던 중 구토와 과호흡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손에 쥐가 나고 오그라드는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A씨는 응급조치와 수액 치료를 받고 증상이 다소 완화되어 집에서 머물고 있으나, 계속된 구토와 설사로 인해 증상이 악화할 경우 대학병원 입원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병사는 하루에 30번 이상 설사하고, 새벽에도 복통 탓에 화장실을 드나들며 두통과 매스꺼움, 식은땀, 오한 등으로 정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병사 중에는 부대 인근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환자도 1명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부대 측의 늑장 신고입니다. 부대 측은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된 지난 4일에서야 보건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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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발생원인 조사절차에 관한 규정상 2명 이상이 동일한 식품을 섭취한 뒤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이면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며, 감염병 대응 매뉴얼상 집단 식중독 의심 사례의 경우 주말에도 신고가 이뤄지면 즉시 역학조사에 나서는 체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측은 지난 4일 오후에야 보건소에 신고했습니다.
12사단 관계자는 "지난 3일 사단 의무대대에서 위생점검에 나서 식자재와 부식을 비롯해 취사장 전반에 걸쳐 위생 점검을 했으나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자체 점검에 이어 보건소에 신고했을 뿐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신고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A씨의 가족은 "충청권 군부대에서 집단으로 식중독 의심 증세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재발한 건 군 급식과 식자재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가 국민의 자녀를 맡아 보호하는 공간에서 기본적인 먹거리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덮이는 군 내 급식 사고로 끝날 일이 아니라 반복되는 군 급식 안전 문제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