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을 단속하던 경찰관이 고등학생을 다치게 해 형사 처벌 및 손해배상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사건은 현행 전동킥보드 단속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며 경찰 내부에서도 단속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1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A 경사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A 경사는 지난 6월 13일 오후 2시 45분쯤 인천 부평구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고등학생을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은 다른 일행 1명과 함께 면허 없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 한 대에 두 명이 함께 타고 인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동킥보드의 무면허 운전, 인도 주행, 안전모 미착용은 모두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A 경사는 이를 목격하고 학생의 팔을 잡아 멈춰 세우려다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로 전동킥보드 뒤에 타고 있던 학생은 경련과 발작 등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외상성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진단을 받은 학생은 열흘간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습니다.
학생의 부모는 "경찰관이 갑자기 나타나 과잉 단속을 했다"며 A 경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고,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경찰은 학생들이 교통법규 위반 대상이었던 것은 맞지만, 단속 행위와 부상 간 인과관계가 성립해 A 경사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사건으로 경찰 내부에서는 전동킥보드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면허 인증체계나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한 아무리 단속해도 무법 운전은 계속되고 현장 경찰관의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대여 수익은 민간업체에서 누리지만, 모든 책임은 경찰이 지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이익 주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개인형 이동장치(PM) 무면허 운전 3만 5,382건 중 운전자가 19세 이하인 경우는 1만 9,513건으로 55.1%를 차지했습니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무면허 운전이 빈발하고 있지만, 거리 곳곳에 있는 전동킥보드를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행법은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면허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킥보드 대여 사업자의 면허 확인 절차는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대여업체들이 이용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인증 절차를 최소화하면서 면허가 없어도 손쉽게 킥보드를 빌릴 수 있어 각종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2살 딸과 산책하던 30대 어머니가 중학생 2명이 타고 달리던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중태에 빠지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최고속도 25km/h에 달하는 전동킥보드를 제지하거나 추격하다가 사고로 이어질 경우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현장 경찰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대여 사업자가 면허를 확인해서 대여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면허를 가진 성인도 인도 주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 면허 확인 시스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속과 함께 시민들의 준법 정신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