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임산부 제왕절개 거부한 병원, 난산 끝 장애아 출산... 의료과실 '6억' 배상 판결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산부의 제왕절개 요청을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강행한 결과 신생아가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6억 원 이상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달 19일 수원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A병원이 산모 B씨 부부와 아들 C군에게 총 6억2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출산일부터 계산한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배상금은 1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건의 발단은 2016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B씨는 해당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통해 출산을 시도했으나 11시간 동안 극심한 난산을 겪었습니다. 산모 부부는 분만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제왕절개를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결국 태어난 C군은 출생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이후 뇌병변장애와 언어·인지 기능 저하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났습니다.


B씨 부부는 2020년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특히 고위험 산모였던 B씨의 분만이 장시간 지연됐음에도 병원이 11시간 동안 단 3차례만 비수축검사(NST)를 실시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출산 직전 3시간 20분 동안은 태아 심박 측정 기록조차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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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부인과학회는 고위험 산모의 경우 5~15분 간격으로 태아 심박동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병원의 관리 소홀이 더욱 부각됐습니다.


재판부는 "제왕절개를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유지하기로 했다면, 병원은 그만큼 세밀하게 태아 상태를 살피며 대응했어야 한다"며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1심인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민사부는 2023년 8월 병원 측에 약 5억6천만 원의 배상을 명령했으나, 항소심에서는 C군의 기대여명이 더 길다고 보고 향후 돌봄 비용을 추가 인정해 배상액이 6억2천만 원으로 증액됐습니다.


법원은 산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고 유전적 원인도 확인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C군의 장애가 출산 중 저산소증에 따른 뇌손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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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분만 중 태아곤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도 주요 근거가 됐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A병원이 1심 막바지에 뒤늦게 분만 후반부 NST 기록을 새로 제출한 점입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 8년이 지나 제출된 점과 원본 확인이 불가능한 점을 이유로 "분만 당시 기록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B씨 부부는 병원 측이 허위 자료를 통해 배상액을 줄이려 했다고 보고 병원 관계자들을 사기미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지난달 3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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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 비율을 30%로 산정하고, C군의 장기 치료비와 돌봄 인건비 중 30%를 병원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C군은 신체와 언어 기능이 심하게 저하돼 일상생활 전반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의료법률 전문가 김성주 변호사는 "의료과실은 환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고, 동종 의료진의 감정을 거쳐야 하므로 승소가 쉽지 않다"며 "항소심에서 배상액이 오히려 늘어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의사의 재량이 존중돼야 하지만, 그 결정은 환자 상태를 근거로 한 충분한 관찰과 조심스러운 판단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