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경복궁 논란' 김건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관리 규정 어기고 출입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3년 3월 2일,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출입 기록 없이 방문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27일 국가유산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를 방문한 지난 2023년 3월 2일에는 관련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김 여사는 당일 국립고궁박물관 정문을 통해 입장한 후 지하 1층 과학문화실을 관람했습니다. 이후 수장고로 이동해 제2 수장고를 약 10분간 둘러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건희 여사 / 뉴스1김건희 여사 / 뉴스1


국립고궁박물관은 현재 지하 수장고 16곳을 포함해 총 19곳의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김 여사가 방문한 제2 수장고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과 보물이자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 등 2천100여 점의 귀중한 문화재를 보관하는 핵심 공간입니다.


문제는 박물관의 수장고 출입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 관리 규정'에 따르면 수장고는 반드시 2명 이상이 함께 출입해야 하며, 출입 일지에 시간과 사유, 출입자 전체 이름을 수기로 기록해야 합니다.


인사이트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 뉴스1


하지만 국가유산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제출한 2023년 2∼3월 수장고 출입 일지를 살펴보면, 3월 2일 김 여사의 방문 기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당일 수장고 출입 기록은 총 3건으로 ▷오전 9시 30분∼낮 12시 20분 ▷오후 1시 20분∼오후 5시 ▷오후 1시 30분∼오후 4시에 이뤄졌으며, 모두 박물관 소속 담당자 3명만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박물관 측은 "전시실이 위치한 본관 건물에 인접해 있고, 당일 유물 정리 등으로 직원들이 수장고 내 작업을 하고 있어 공개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당시 수장고 담당자 동행하에 출입이 이뤄졌으나, 기록 누락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누락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인사이트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 뉴스1


박물관 수장고는 박물관장조차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박물관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공간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는 과거 중앙청 벙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등으로 사용되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오랜 기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6월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을 당시 박물관 측은 사실상 첫 공개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에도 각 언론사의 신청을 받아 공개 행사를 진행했으며, 유물 안전을 위해 조를 나눠 제한적으로 입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김 여사가 방문한 제2 수장고는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곳입니다.


인사이트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 뉴스1


임오경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김건희 씨가 수장고를 둘러볼 당시 조선왕조의궤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며 기록 누락이 고의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임 의원은 또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박물관 수장고를 개방하도록 하고 조선왕조 의궤·실록 등 중요 국가유산을 개인적으로 둘러본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김 여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를 방문한 후에도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가유산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