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국회에 발의된 성분명 의무화 법안을 둘러싸고 강력한 반발에 나섰습니다.
지난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할 경우 의사가 상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처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의사들은 환자에게 '타이레놀' 대신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처방전을 작성해야 하며, 환자들은 약국에서 동일 성분을 가진 여러 제약사의 의약품 중 하나를 받게 됩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는 처방전에 성분명이 아닌 의약품명이 기재되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이 법안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약사단체는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대체 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환절기가 되면 해열제나 감기약이 자주 품귀현상을 빚는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실제로 국민들이 병원에서 해열제 처방을 받았어도 동일한 약을 구하지 못해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약사단체는 이 제도가 병원의 리베이트 고리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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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성분명 처방에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입법 의지도 강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입니다.
반면 의사단체는 환자 안전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주성분이 같아도 약제별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달라 소아, 고령자, 중증질환자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해당 법안을 "전문적 판단을 무력화하는 위험한 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회장은 "성분명 처방이 강제되면 환자가 실제 복용하는 제품을 의사가 파악할 수 없어 처방 책임이 모호해지고 부작용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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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는 성분명 처방 강행을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의사고, 약사의 역할은 처방 약제를 안전하게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라며 "성분명 처방 강행은 의약분업 파기 선언이기에 의약분업 제도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법안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김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와의 협력과 상생을 포기한 채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고, 의약분업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입법과 정책을 강행한다면 주저 없이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