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 선물 자백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자수서였습니다.
이 회장은 특검의 서희건설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 11일, 김 여사에게 6000만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례적인 자백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자수서를 통해 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당선 직후 서울의 한 매장에서 반클리프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당선 축하 및 인사 청탁용으로 선물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장실질심사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는 김건히 여사 / 뉴스1
이 목걸이는 같은 해 6월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착용해 논란이 됐던 바로 그 목걸이입니다.
목걸이 논란의 진실... '나토 3종 세트' 추가로 밝혀져
당시 이 목걸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신고 재산 목록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는 "2010년 홍콩에서 모친 선물용으로 산 모조품"이라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자백으로 목걸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 여사가 이 목걸이를 바로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회장 측에 따르면, 김 여사는 최재영 목사의 디올백 전달 영상이 공개된 직후인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에야 "잘 썼다"며 목걸이를 돌려줬다고 합니다.
지난 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열린 재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회장은 또 "2022년 4월에는 3000만원대 브로치와 2000만원대 귀걸이를 추가로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품목은 '티파니 아이벡스 클립 브로치'(당시 2600만원대)와 '그라프 뉴던다이아몬드 미니 스터드 이어링(2200만원대)'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은 서희건설 측에서 명품들이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반클리프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이른바 '나토 3종' 세트와 동일한 지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자수서에는 청탁 목적으로 명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왜 지금 자백했나...'자백 타이밍'에 나오는 해석들
서희건설 / 사진=인사이트
법조계에서는 이 회장의 자백 배경에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반클리프 목걸이는 60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으로 국내 판매점에서 구매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특검은 이미 서희건설이 이 목걸이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즉, 김 여사가 목걸이 모조품까지 준비해 알리바이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 회장으로서는 발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 가능성 등 여러가지 부담과 압박이 가해지며 이 회장이 자백을 앞당겼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또한 서희건설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에 대해 현재 정부의 합동 특별 점검이 진행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경기 용인 지주택 사업과 관련해 서희건설 부사장이 구속된 상황도 이 회장의 빠른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서희건설과 이봉관 회장에 국민 관심 높아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인사이트
최근 김건희 여사의 구속 전후로 서희건설과 이봉관 회장에 대한 국민 관심도 뜨겁습니다.
1945년 생인 이 회장은 경북 경주 문화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2년 영대운수를 설립했고, 1984년 업종을 건설업으로 변경하면서 사명을 서희건설로 바꿨습니다.
서희건설 사명은 이 회장의 '희 자' 돌림인 세 딸, 즉 '세명의 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 교회·병원 건축 사업 등을 주로 하며 최근 20여 년간 업계 순위를 10위권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시공 능력 평가 순위에서도 전년도보다 2단계 오른 16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여야 정치권과 가깝게 지내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사 청탁 의혹과 특검의 수사 방향
이 회장은 딸만 셋을 두었는데, 사위 3명 모두 법조인 출신입니다. 맏사위는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박성근 변호사이고, 둘째·셋째 사위는 현직 판사로 알려졌습니다. 막내딸도 검사 출신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2 / 뉴스1
특검은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건넨 목걸이가 맏사위인 박 변호사 인사 청탁의 대가인지 수사 중입니다.
검사 출신인 박 변호사는 2020년 10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를 하다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되는 등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던 인물입니다.
특검은 박 변호사가 고위 공직에 기용된 배경에 이 회장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은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검은 이 회장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접근한 것은 아닌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전씨가 관여한 비선 조직 '양재동 캠프'가 서울 서초동의 서희건설 본사 사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당시 모습 / 사진=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
한편, 이날 오후 김건희 여사 구속 후 첫 조사가 약 4시간 만에 종료됐습니다.
문홍주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 김건희를 상대로 부당 선거개입, 공천개입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며 "피의자가 대부분 피의사실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공천개입 중 여론조사로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마쳤고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해 일찍 종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여사는 나흘 뒤인 오는 18일 추가 조사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