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권도형, 미국 법정에서 유죄 인정... 최대 12년형 가능성
테라폼랩스의 설립자 권도형(33)이 미국 법정에서 입장을 전격 변경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테라) 발행과 관련한 사기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던 권 씨는 11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 심리에서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테라폼랩스
이번 유죄 인정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합의의 일환으로, 검찰은 권 씨에게 1900만 달러(약 265억 원)와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합의한 44억7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과는 별개입니다.
권 씨가 인정한 혐의의 최대 형량은 총 25년이지만, 검찰은 합의에 따라 최대 12년형을 구형하기로 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합의 조건을 준수할 경우,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테라 사태의 진실과 권도형의 법정 고백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트레이딩회사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국 테라는 달러화와의 연동이 깨지면서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뉴스1
권 씨는 이날 법정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의로 사기를 저지르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내 회사인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연동 회복 과정에서 트레이딩 회사의 역할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왜 연동이 회복됐는지에 대해 거짓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했다"며 자신의 행위에 사죄하고 완전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권 씨는 노란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양손에 수갑, 몸에는 포승줄이 묶인 채 법정에 출두했으며, 담당 판사인 폴 엥겔마이어 연방판사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유죄 인정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권도형의 향후 전망과 법적 절차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지난 2023년 3월 권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작년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습니다.
만약 내년 2월 이후 예정된 본재판에서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다면, 권 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었습니다.
권도형 대표 / 온라인 커뮤니티
권 씨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후 지난 1월 초 기소인부 심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으나, 이번에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권 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1일 열릴 예정이며, 최종 형량은 판사가 결정합니다.판사 재량에 따라 최종 형량이 검찰 구형량인 12년형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편, 권 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