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자녀 성별 선호도 변화, 딸 선호 현상 두드러져
한국에서 딸을 선호하는 비율이 30년 전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갤럽 인터내셔널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44개국 성인 4만 47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딸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확인되었는데요.
이번 조사에서 전체 44개국 성인의 65%는 "자녀의 성별은 상관없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멕시코(84%), 조지아(82%), 덴마크·스웨덴(81%)에서는 자녀 성별에 대한 선호가 없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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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응답자의 28%가 '딸을 원한다'고 답해 딸 선호 상위 5개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일본·스페인·필리핀(26%), 방글라데시(24%) 순으로 나타났어요.
한국의 아들 선호 비율은 15%로, 아들과 딸 선호 간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세대별 선호도 차이와 30년간의 변화
한국 내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는데요.
60대 이상에서만 아들(23%) 선호가 딸(20%)보다 약간 높았고, 50대 이하 모든 연령층에서는 딸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여아 선호 경향(40%대)이 두드러졌어요.
이러한 결과는 1992년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를 보여줍니다. 당시에는 한국인의 58%가 아들을, 10%만이 딸을 원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 42%, 30대 54%, 40대 65%, 50대 이상 79%가 아들을 선호했었는데요. '결혼하면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1995년 45%에서 2008년 24%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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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도 1990년 116.5명에서 2023년 105.1명으로 낮아졌습니다. 2000년까지 110명을 웃돌던 수치가 2008년 이후로는 자연 성비 범위(103~107명)에 안착한 것이죠.
글로벌 트렌드와 딸 선호 현상의 원인
지난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딸 선호 사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남아 선호의 후퇴 이유로 "성별에 대한 인식 변화", "미혼 남성 증가",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반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어요.
또한 매체는 "여아 선호 현상은 남아의 장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면서 "전 세계 수감자의 93%가 남성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남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여학생보다 낮다"고 전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딸이 아들보다 육체적으로 키우기 쉬우며, 노부모 부양 가능성도 더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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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23년 한양대 임상간호대학원 김다미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가족 중 여성이 82.4%(103명)로 남성(17.6%·22명)의 약 5배였습니다.
치매 노인과의 관계는 딸이 42.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며느리(16.8%), 아들(15.2%), 기타(13.6%), 배우자(12.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