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한국인 최초 美 동전 모델 된 '박지혜'... 이 인물의 놀라운 이력

한국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 미국 쿼터 동전에 새겨지다


미국 조폐국이 한국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한국 이름 박지혜)의 모습을 담은 쿼터(25센트) 동전을 발행합니다.


지난 8일 미 조폐국은 이 특별한 쿼터 동전을 연방준비은행과 각 주화 단말기로 배송하여 오는 12일부터 유통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202099609_1280.jpg미국 조폐국


이번에 발행되는 스테이시 박 밀번 쿼터는 '미국 여성 쿼터 프로그램'의 19번째 디자인으로, 미 조폐국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여성 선구자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5개씩 발행해온 특별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동전의 앞면에는 전통적으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는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채 전동 휠체어에 앉아 연설하는 밀번의 모습이 담겨 있어 장애인 인권을 위해 헌신한 그녀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는 13일에는 미국 워싱턴 DC 국립 미국사 박물관의 워너 브러더스 극장에서 밀번의 삶을 기리고 동전 발행을 축하하는 연방 조폐국의 특별 행사가 개최됩니다.


이 행사에서는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의 부채춤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며,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반짝이는 새 동전 2000개를 한국식 팔각쟁반에 담아 쏟아붓는 특별한 순간이 마련됩니다. 이는 미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이었던 밀번의 이중 문화적 정체성을 기리기 위한 의미 있는 퍼포먼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헌신한 짧지만 강렬했던 삶


스테이시 박 밀번은 1987년 주한 미군이었던 아버지 조엘 밀번과 어머니 진 밀번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SSC_20250810205455_O2.jpg스테이시 박 밀번(한국 이름 박지혜) / 미국 국립여성역사박물관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퇴행성 근육 질환을 앓았지만, "너는 다른 아이와 다르지 않다"라는 부모님의 따뜻한 격려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밀번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겪은 낙상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몸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그녀는 장애인으로서 겪는 불편함과 부당함, 개선점 등을 개인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이 글들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청소년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2007년, 스무 살이 된 밀번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가 공립 고교 교육과정에 장애인 역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메소디스트 대학과 밀스칼리지를 졸업한 후에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장애인, 유색 인종,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인권 운동에 헌신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정책 자문 위원으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505925_456985_2340.jpg미국 조폐국


안타깝게도 밀번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스크와 긴급 의약품,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하던 중 앓고 있던 신장암 등이 악화되었고, 결국 33번째 생일인 그해 5월 19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 조폐국은 밀번의 쿼터를 최소 3억 개, 많게는 7억 개까지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970년대에 발행된 쿼터가 현재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50년 동안 미국인들의 일상생활 속에 밀번의 얼굴이 함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올해 쿼터 디자인에는 밀번 외에도 언론인이자 시민운동가 아이다 웰스(1862~1931),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로(1860~1927), 천체 물리학자 베라 루빈(1928~2016), 테니스선수 알테어 깁슨(1927~2003) 등 여성 선구자들이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