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대응 강화: 경찰, 피해자 보호 위한 종합 매뉴얼 첫 배포
경찰청이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최초로 제작해 일선 현장에 배포했습니다.
경찰청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이번 매뉴얼은 최근 화성, 대구, 대전 등에서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현장 지침의 필요성이 대두된 결과입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매뉴얼의 핵심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가해자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더라도, 신고가 반복될 경우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연인이 술을 마시면 가끔 난폭해지지만 평소에는 괜찮아요. 계속 사귀고 있어서 처벌은 원하지 않아요"라는 피해자의 의사 표현이 있으면 경찰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선제적 개입이 가능해집니다.
경찰청의 이번 매뉴얼은 경찰대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마련됐으며, 교제폭력의 징후를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피해자가 비협조적인 상황에서도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적극 활용으로 피해자 보호 강화
특히 이번 매뉴얼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을 적극 활용해 교제폭력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스토킹처벌법 적용은 일관된 지침이 없어 현장에서 혼선이 있었는데요.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면 경찰이 일회성 폭력 행위에도 긴급응급조치(주거지 100m 이내·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직권으로 명령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청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교제를 이어가더라도, 폭행 발생 자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남자친구가 화가 나서 물통으로 위협할 때는 무서웠지만 사과를 받았고 그 뒤로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상황에서도, 연인관계에서 발생한 폭행을 가해자의 '별도의 접근'으로 보고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입니다.
형사 처벌 및 보호조치 강화
앞으로는 폭행 등 반의사불벌죄라도 특수폭행, 특수협박, 재물손괴 등의 범죄가 확인되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형사 입건하게 됩니다.
단순 폭행 신고가 반복될 경우에는 상습범으로 법률을 적용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스토킹 관련 보호조치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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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제 중인 관계에서 발생한 일회성 행위에도 접근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가해자가 수개월 전 이별 통보를 받은 뒤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가 재회를 요구한 행위까지도 스토킹 성립 요건인 '지속성·반복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피해자 안전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자발적인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병합수사와 구속영장 신청 등 가해자 격리 방안도 강구할 방침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은 매뉴얼 제작 과정에서 법무부와 협의해 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제 수사 사례를 대검찰청과 공유해 법률 해석의 전국적 통일성을 추진했습니다.
매뉴얼 감수에 참여한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이 없는 상황에서 스토킹처벌법상 보호조치 법률 적용을 고려한 것은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교제폭력 입법 전이라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다양한 부서 협업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매뉴얼을 마련했다"며 "이번 대응이 법적 근거 마련으로 이어져 피해자 보호가 더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매뉴얼 발간에 맞춰 오는 9월 11일 국회에서 '교제폭력 대응 방안 국회 세미나'를 열고 교제폭력 방지와 입법 필요성을 알린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