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사망 1명 발생해도 영업정지?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만 발생해도 해당 업체에 대한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착수합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동시에 2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해야만 영업정지 요청이 가능해,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 / 뉴스1
지난 7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와 같은 산업재해 사례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현행 법률상 제약이 있다"며 "영업정지 요청 기준을 '2명 이상'에서 '1명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검토한 결과, 현행 규정은 사업장별 2명 이상 사망 시에만 영업정지가 가능하도록 돼 있어 법적 미비가 드러났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 사례, 법 개정 논의 촉발
산업안전보건법 제53조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해야 고용노동부 장관이 영업정지나 기타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네 차례나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처럼, 사고가 반복돼도 제재에 한계가 있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지시한 '포스코이앤씨 건설면허 취소 및 공공입찰 금지'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29/뉴스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건설면허 취소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사 후 결정하며, 고용부는 2명 이상 사망 시에만 건의할 수 있다"며 "부처 간 협업으로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입찰 금지 역시 기획재정부와 고용부 등 관계 부처가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전국 100여 개 건설 현장을 전수조사 중입니다. 이번 점검은 안전관리 체계와 불법 하도급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재 강화와 산업 안정 대책 병행 필요"
일각에서는 영업정지 기준 완화가 건설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건설사가 영업정지나 면허 취소를 당하면 도산 위험이 커지고, 이에 따른 실업 증가로 건설근로자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제재 강화와 동시에 건설사와 근로자가 안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외 건설 안전법과 비교하면
해외 주요국은 산업재해에 대해 한국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은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ct)'을 통해 한 명의 사망사고라도 기업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거액의 벌금과 경영진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호주는 '산업살인법(Industrial Manslaughter Law)'을 도입해, 현장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영진에게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산업안전보건청(OSHA)이 '고위험 현장'으로 지정하면 즉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사망자 수와 관계없이 위반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과 수백만 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일본 역시 '산업안전위생법'을 근거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 대해 영업정지나 형사입건을 병행합니다.
이처럼 선진국 다수는 '사망자 수'가 아닌 '사고의 중대성'과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기준으로 제재를 결정하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보다 실효성 있는 산업재해 대응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