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30년 베테랑 급식조리사, 암세포 뇌로 전이된 지 한 달 만에 숨져... 벌써 14번째 폐암 사망

또 한 명의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숨져


지난달 31일, 또 한 명의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기 평택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조리사 A씨(64)입니다.


이로써 벌써 14명의 급식노동자가 폐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A씨는 1998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잠시 현장을 떠나기도 했지만, 곧 생계 문제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그러던 중 2023년 폐암 3기 진단을 받았고,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급식실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한 점이 인정되어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A씨는 2년간 항암치료를 견디며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동료들에게 전했지만, 지난달 종아리가 저려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A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생계를 잇기 위해 30년 가까운 시간 일했던 급식실이 결국 병의 시작이 됐고 죽음으로 끝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학교 급식실은 열기와 수증기, 조리흄(음식 조리 시 나오는 연기, 미세먼지 등)과 유해 물질이 가득한 밀폐된 공간"이라고 지적하며 "산소보다 뜨거운 김이 더 많은 조리 공간에서, 배기 시설도 없이 매일 수백 인분을 조리하는 일을 반복해 온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리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조리흄', 보이지 않는 살인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2010년에 조리흄을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A)'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조리흄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유해인자로 지정조차 되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민정 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이를 언급하며 "국제기구에서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지정한 만큼, 조리흄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급식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방치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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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본부는 급식노동자들의 산재를 막을 수 있는 '당장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사망이 반복되면서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급식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고, 급식 종사자 건강관리 방안을 교육부 및 17개 교육청에 권고했습니다.


또한 2027년까지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완료하고 급식노동자 건강검진 비용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은 대부분 권고와 가이드라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작업복을 입은 학교급식조리사들과 국회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급식 노동자 건강과 안전 확보를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7.2 / 뉴스1


공무직본부는 사망한 A씨가 일했던 경기도 내 학교 급식실을 시작으로 전국 학교 급식실의 환기시설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급식실 환경개선 점검 체계를 만들어달라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산재 신청 및 승인 결과를 공개하고, 중장기적 건강관리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급식노동자들은 대부분 50~60대 여성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평균 500~1,0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학교급식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며 일하는 급식노동자들의 고통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이들의 건강한 식사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건강도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