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尹 정부 취소 3년 만에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3년 만에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6)가 윤석열 정부 시절 무산됐던 국민훈장을 이재명 정부에서 3년 만에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광주 동구 세종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달했습니다.


origin_尹정부무산3년만에훈장받는양금덕할머니.jpg뉴스1


이번 훈장은 양 할머니의 인권옹호 활동과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 명의로 수여되었습니다.


훈장과 함께 대통령 기념시계도 부상으로 전달되었는데요. 육성철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훈장증을 낭독하고 메달을 전수했습니다.


육 소장은 "2022년 대한민국인권상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로 국가인권위가 양 할머니를 추천했으나 차관회의 상정 직전 외교부가 부처 간 협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중단됐었다"며 "여러 문제 제기 끝에 결국 3년이 지나서야 할머니께서 훈장을 받으시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모란장을 받은 주요 인사들은 조비오 신부, 배은심 여사, 이소선 여사가 계신다"며 훈장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30년 투쟁과 훈장 수여 과정


양금덕 할머니는 1929년 나주에서 태어나 1944년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에 강제 동원되어 노동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후 30여 년간 일본을 오가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origin_눈물닦는양금덕할머니.jpg뉴스1


정부는 당초 오는 15일 광복절 행사에서 할머니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고령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을 고려해 직접 방문하여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전달식에는 요양병원 직원들과 가까운 가족·친지, 광주시 관계자 등 10여 명만 참석해 양 할머니의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떠듬떠듬 어렵게 입을 떼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요. "대통령님께서 이모저모로 고생도 많이 하셨지만 그것을 물리치고 이 나라를 위해 꿋꿋이 해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족들에 대해서는 "뻔히 다 아는 거 할 말도 없고, 건강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양 할머니와 가족들은 2022년 훈장 거부 이후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해 생활하고 있으며, 2024년 10월에는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습니다.


origin_양금덕할머니에훈장전달하는국가인권위원회광주사무소.jpg뉴스1


제3자 변제안은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대신해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 기부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관련 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방안입니다.


훈장 수여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응과 제3자 변제안 논란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평생을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온 할머니는 간소한 행사를 통해 훈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양 할머니와 함께 강제동원 소송을 진행해 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22년 양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에 추천했던 단체로서 참으로 아프고 씁쓸하나 고심 끝에 이날 훈장 서훈 전달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양 할머니 측의 갑작스러운 제3자 변제 수용 결정은 많은 이들을 당혹게 했다. 이는 가해자가 져야 할 배상 책임을 피해국인 우리가 떠안는 방식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모임은 또한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제3자 변제는 피해자의 한과 눈물을 닦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배상 책임을 벗겨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도 이번 서훈을 재개하면서도 윤석열 정권의 역사 퇴행 사례인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절반의 정의이자 선택적 정의, 광장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