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1명 사망' 오산 옹벽 붕괴사고, 예견된 인재였나... "개통 전부터 누수·콘크리트 구조 약화"

오산 고가도로 붕괴 사고, 이미 2023년부터 위험 신호 있었다


오산시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위험 신호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4일 JTBC는 지난 16일 발생한 오산 고가도로 붕괴 사고와 관련해 2023년 6월 작성된 '서부우회도로 보강토옹벽 정밀점검용역 보고서'에서 이미 사고 위험이 감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에는 사고가 발생한 옹벽의 배수 시설에 대해 "상부 배수로는 본선구간으로 배수 구배가 작으며 공용 중 이물질 적체로 인해 평상시에도 체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이는 고가도로 위쪽 배수로의 기울기가 얕게 시공되어 이물질이 쌓이고, 평소에도 물이 고여있는 상태였음을 의미합니다.


뉴스1뉴스1


또한 보고서에는 "이로 인해 시공이음부를 통한 누수가 발생하고, 보강토옹벽 전면부를 통해 흘러내리며 표면열화가 발생되었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고가도로 옹벽은 흙을 쌓아 올린 뒤 콘크리트 블록으로 외부를 마감한 '보강토 옹벽'과 그 위에 도로의 밑바탕과 방호벽 역할을 하는 'L형 옹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구조물의 이음새 부분에서 이미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동절기에는 전면부 시공이음부 주변으로 적체된 누수의 결빙으로 인해 재료 분리(동해) 및 콘크리트가 국부적으로 탈락된 상태"라는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이는 이음새 부분에 새어나온 물이 겨울철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콘크리트 구조를 약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뉴스1뉴스1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 그런 뒤 해빙기가 되어 녹아버리면 물이 새어 들어갔던 곳에 빈틈이 생긴다. 그러면 거기에 더 많은 물이 들어갈 수 있다. 그 물의 무게와 함께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고가도로는 2023년 9월에 전면 개통됐지만, 사고가 발생한 옹벽 부분은 2011년에 이미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가도로의 나머지 부분 건설이 지연되면서 이 옹벽은 10년 이상 방치된 상태였고, 이 기간 동안 이음새 부분이 지속적인 누수와 동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사고 발생 한 달 전인 지난 6월에 실시된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지적됐다는 사실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방호벽에 발생한 조인트부 누수로 인하여 조인트 주변 콘크리트에 우수로 인한 열화, 재료 분리가 발생하였으므로, 실링재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있습니다.


두 정밀진단 보고서 모두 해당 옹벽의 안전 등급을 'B'로 평가했으며, 주기적인 배수로 정비와 실링재 보수 등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매몰된 차량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뉴스1


이러한 지적에도 이뤄지지 않은 옹벽 보수가 끔찍한 사고를 초래한 걸까요. 옹벽 붕괴 사고 당시 현장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상부의 L형 옹벽과 하부의 보강토 옹벽 이음새 부분이 터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경찰은 옹벽 시공을 담당한 현대건설과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오산시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영장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이 적시됐으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