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개미 주주 시대 열리나
2025년 한국 주식시장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통과된 상법 개정안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소액주주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던 주식시장의 판도를 개미 투자자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기업 경영진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주주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또한 전자주총 의무화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훨씬 용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주주들은 직접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의 확대 적용과 '독립이사' 제도 도입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2/뉴스1
자사주 소각 의무화, 주주가치 상승의 신호탄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시장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후 1년 이내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사주는 그동안 기업들에게 주가 방어와 경영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가 소각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보유 주식의 상대적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아무런 추가 투자 없이도 주주의 지분가치가 상승하는 직접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일부 기업들은 이미 자사주 처분이나 자사주를 담보로 한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주사 할인이 줄어들고, 그동안 저평가받던 기업들이 재평가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김용민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7.11/뉴스1
말보다 빠르게 움직인 기업들
이미 시장에서는 말보다 먼저 행동에 나서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이 강제하기도 전에, ‘주주가치’라는 말에 실제로 응답한 곳들입니다.
LG유플러스는 자사주 678만 주를 먼저 소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매입 및 소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단순한 ‘주가 부양용 보여주기’가 아니라,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입니다.
KB금융도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200만 주를 과감하게 소각했습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는 보기 드문 결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는 다른 방향을 택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일부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임직원 성과급(RSU)으로 활용하거나, 교환사채(EB) 발행을 위한 담보로 사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단순한 재무 전략을 넘어, 그 기업이 주주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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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의 권한 강화,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
이번 법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소액주주의 위상 변화에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는 의결권은 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미했고, 주가 변동에도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법과 제도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되면 기업들이 외부 위협에 더 취약해질 수 있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유 주식의 가치가 더 정당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플레이어로 변모해야 합니다.
기업들의 자사주 정책, 전자주총 안건, 감사 선임 과정 등 기업 경영의 다양한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투자 결정과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2025년, 한국 주식시장은 '개미 주주'의 시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87p(1.21%) 내린 3169.94, 코스닥 지수는 8.72p(1.06%) 오른 812.97로 장을 마감했다. 2025.7.22/뉴스1
변화된 게임의 규칙 속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이제 투자자 각자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