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서 벌어진 악몽... "반장을 조심하라"는 메모 남겨
2009년 8월 28일, 당시 대학원생이던 단역배우 양소라 씨는 아파트 18층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모범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동생의 제안으로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 극심한 심리 변화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KBS2 '스모킹 건'
동생과 함께 촬영장에 나가던 초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동생이 일을 그만둔 이후 소라씨는 생기가 사라지고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심각한 행동 변화를 겪었습니다. 가족들은 그의 방에서 "죽고 싶다", "익사가 답이다", "반장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소라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쏟아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반장'이라 불리던 인물들을 포함해 무려 12명에게 반복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3개월간 40차례 성범죄... 가해자는 끝내 무혐의
소라씨는 "두 달 동안 반장에게 여섯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비디오방으로 끌려가 범행이 시작됐고, 이후 모텔과 심지어 버스 안에서도 성범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명은 소라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사흘간 감금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는 딸을 설득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소라씨는 총 12명을 고소했습니다. 4명은 성폭행, 8명은 성추행 혐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촬영장 관리 스태프였으며, 소라씨는 이들로부터 3개월간 40차례에 걸쳐 강간 및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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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소라씨를 협박했습니다. 결국 소라씨는 "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계속 떠올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며 고소를 모두 취하했습니다.
고소 취하 후 가족과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3년 뒤인 2009년 8월 28일 그는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제 딸을 죽인 건 가해자가 아니라 경찰이었습니다"
소라씨의 어머니는 KBS2 '스모킹건' 방송을 통해 경찰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처음 경찰서를 찾아갈 때 소라가 쓴 메모와 녹음테이프를 한 보따리 싸서 들고 갔다"며 "그런데 수사관은 '이게 사건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되묻더니, 딸에게 '다 잊어버리고 사회에 적응하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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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담당자가 교체된 이후에도 수사 과정은 2차 가해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수사관은 소라씨에게 가해자의 성기를 그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방송인 이지혜 씨는 "너무 황당하고 끔찍하다"고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소라씨가 세상을 떠난 지 6일 뒤, 동생 양소정 씨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어머니는 "둘째는 언니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일이 벌어졌다고 자책했다"며 "밥도 먹지 않고 말라가더니 결국 떠나고 말았다"고 회고했습니다.
두 딸을 잃은 뒤, 충격에 쓰러졌던 남편도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어머니는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4년이 지나 있었다"며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 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울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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