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40대 운전자 사망케한 오산 옹벽 붕괴... "하루 전, '붕괴 우려' 시민 신고 있었다"

"빗물 침투 땐 위험" 주민 경고... 사고 당일 도로 통제도 미흡


경기도 오산시에서 발생한 10m 높이 옹벽 붕괴 사고는 이미 하루 전부터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다. 


사고 발생 전날 해당 구간에 대한 붕괴 가능성을 지적한 민원이 접수됐지만, 당국은 이를 놓쳤고, 결과적으로 1명의 사망자를 낳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origin_폭우에오산가장교차로붕괴…차량1대매몰.jpg뉴스1


17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되며 고가 아래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완전히 매몰된 차량에 타고 있던 40대 남성이 3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심정지 상태였으며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전날인 15일 오전 7시 19분, 오산시 도로교통과에는 "오산~세교 방면 2차로 오른쪽 도로 지반이 침하 중이며, 해당 구간은 보강토 구조이므로 지속적인 빗물 침투 시 붕괴 우려가 크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현장을 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속한 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는 해당 민원을 포트홀 발생 구간으로 착각해 고가 아래 도로는 통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사고 당일 오후 4시께 고가 상부에는 수십 ㎝ 크기의 포트홀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오후 5시 30분부터 2개 차로가 통제됐으나, 붕괴로 직접 연결된 고가 아래 도로는 끝내 열려 있었다.


시민단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 경찰 수사 착수


오산시 측은 사고 직전까지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origin_‘매몰차량을구출하라‘.jpg뉴스1


이권재 오산시장은 사고 다음 날 현장에서 "해당 옹벽은 지난달 정밀 안전점검 결과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으며, 6개월마다 정기 안전 진단도 시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포트홀 보수를 위한 업체 선정까지 마친 상황이었고, 옹벽 붕괴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상부 도로 침하에 대한 민원이 있었음에도 오산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를 유발한 점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험성 평가와 대응 실패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1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관련 민원 접수 경위와 시의 대응 과정, 옹벽 구조 안전성 등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중대시민재해 여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높이 10m, 길이 330m... 법 적용 대상에 해당


이번 사고 현장의 옹벽은 높이 약 10m, 전체 길이 330여m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제2종 시설물로 분류된다. 또한 중대시민재해법상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origin_오산가장교차로붕괴…차량1대매몰.jpg뉴스1


해당 법은 설계·시공·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2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중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옹벽의 경우, 높이 5m 이상 구간의 총합이 100m를 넘을 때 적용 대상이 되는데, 이번 사고 옹벽은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해당 옹벽은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한 뒤, 이듬해 오산시에 기부채납됐다. 이후 도로와 옹벽의 유지·관리는 오산시가 맡아 왔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단서가 분명히 존재했던 만큼,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였는지에 대한 수사는 본격적인 법적 책임 규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