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유출 스캔들: 교사와 학부모의 공모로 시험지 빼돌린 여고생 입건
교사와 어머니가 빼돌린 시험지를 미리 보고 기말고사를 치른 여고생이 경찰에 입건되었습니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등학생 A양(18)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A양은 이달 초 치른 기말고사에서 문제와 답을 미리 알고 시험을 친 혐의를 받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양은 과거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전직 기간제 교사와 어머니가 학교에서 빼돌린 시험지를 보고 시험을 치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A양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4시간가량 조사했는데요. A양은 변호인과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 관계자는 "A양이 범행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송치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모친과 전직 기간제 교사가 얼마를 주고받고 몇 차례 시험지를 빼돌렸는지는 아직 수사 중인 사항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쯤 A양의 어머니 B씨(40대·구속)와 전직 기간제 교사 C씨(30대·구속)가 안동시 한 고등학교 행정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려다가 교내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적발되면서 드러났습니다.
학교 교감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침입자들의 신원을 확인한 후, 다음 날인 5일 오전 9시 38분쯤 '건조물 침입'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자녀의 내신 시험지를 빼돌리기 위해 고교에 무단 침입한 어머니 B씨가 지난 15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범행이 A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직후인 2023년부터 계속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C씨는 경찰에 "A양이 고등학교 1학년인 시절부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직접 빼내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해 어머니 B씨에게 전달했다"며 "전과목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씨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 학교에 재직했으며, A양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담임을 맡았습니다.
그는 주요 과목 교사로 시험 문제 출제에 직접 참여했으며, 현재는 경기도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학교에 여러 차례 침입한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공범인 행정실장 D씨(30대·구속)가 C씨의 요청을 받고 지난달 6월 28일부터 CCTV 영상을 삭제했고, C씨의 지문이 학교 보안시스템에 등록되도록 한 정황도 파악되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D씨에게 야간주거침입절도 방조 등 혐의 외에도 증거인멸 혐의를 추가 적용했습니다.
C씨와 B씨에 대해서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에 더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추가했는데요. 경찰은 B씨가 C씨에게 뇌물을 주고 그와 증거인멸을 모의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2시 45분쯤 경기도 C씨 자택에서 그를 검거했으며, 체포에 앞서 학부모 B씨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시험지 유출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행정실장 D씨가 지난 15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학교 측은 A양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 처리하기로 내부 의결했습니다.
경찰은 C씨가 재직 중인 경기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관련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교육부에서 감사한다고 하는데, 해당 고등학교에도 사설 경비 시스템 기록이 있어서 관련 범행이 있다면 쉽게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동의 경우 교감이 CCTV 영상을 조회하며 이들의 범행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