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홍준표도 이제 없는데... 대구시, 143억 '프러포즈 성지' 사업 강행

대구시, 143억 원 '프러포즈 장소' 사업 강행... 시민들 "혈세 낭비" 비판


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이 기획한 140억원 규모의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혈세 낭비"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사이트대구 '신천 프러포즈' 조감도 / 사진=대구시 


지난 14일 대구시는 도심 하천인 신천 대봉교 하류 방향 좌안 둔치에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말 첫 삽을 뜬 이 사업은 하천 범람 우려로 잠시 중단됐다가 오는 9월 공사가 재개될 예정인데요, 시는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홍준표 전 시장 재임 시절 발표됐습니다.


당시 홍 전 시장은 이 장소를 전국적인 명소로 키워 연인과 가족단위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당초 공사비 105억 원과 설계비 5억 원 등 총 110억 원이었던 예산은 야간 경관조명과 낙하분수 추가 설치 등의 요구를 반영해 143억 원으로 증액됐습니다.


인사이트2016년의 퐁네프 다리. 현재 자물쇠들은 안전을 위해 철거된 상태다. / To-ing and Fro-ing in France


프랑스 센강의 퐁네프 다리를 모델로 한 이 사업은 청춘 남녀를 위한 '사랑 고백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시 홍 전 시장은 "프랑스 센 강 퐁네프 다리에 가보면 선남선녀들이 평생 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자물쇠를 다리에 걸어두고 열쇠는 센 강에 버린다고 한다"라면서 "우리 대구도 그런 프러포즈 명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 대구시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약속을 상징하는 반지(링) 형상의 지름 45m 복층구조 원형 덱 및 광장(1590㎡)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바닥조명이 깔린 '러브로드'와 사랑 고백 공간인 '프러포즈룸', 자물쇠를 걸 수 있는 '프라미스존'까지 마련됩니다.


또한 식음료와 꽃·자물쇠 등을 판매하는 이벤트 부스, 미디어파사드·포토존 등 다목적 광장도 조성될 예정입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시대착오적 발상"... 쏟아지는 비판


하지만 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대구 시민들은 "예산 빼먹기냐", "대구 시민들 돈 버리는 것", "저길 누가 가냐", "센 강 퐁네프 다리를 언급하다니" 등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응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조롱을 넘어 대구 시민, 특히 청년에 대한 희화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사업 취소를 촉구했습니다.


김태우 대구시의원 역시 "형식적으로 구축된 프러포즈 장소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MZ세대는 없을 것"이라며 "청년이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화려한 프러포즈 장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취업난과 주거난, 생활고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스1뉴스1


특히 이 사업은 홍준표 전 시장이 추진했던 박정희 동상 건립 사업이 소송과 비판에 휘말려 추가 동상 건립을 포기한 전례가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청년들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전형적인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사업 자체는 계속 추진하되, 해당 공간의 명칭만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