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불길에 일가족 참변... 옥상 대피 주민들도 병원 이송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머니와 아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다시 한번 '노후 아파트 안전 사각지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1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2분쯤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2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같은 동 주민이 베란다를 통해 치솟는 연기와 불길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부산경찰청

소방당국은 낮 12시 42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 및 인명 구조에 나섰습니다. 사다리차를 활용해 옥상에 대피한 주민 5명 중 4명을 구조했으며, 아파트 내부에서는 일가족 3명이 구조됐습니다.

심폐소생술에도 숨진 모자... 40대 아들 화상 치료 중

내부에서 구조된 가족 중 어머니인 80대 여성 A씨와 아들인 50대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숨졌습니다. 

함께 있던 40대 작은아들은 양팔에 화상을 입었으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옥상에서 구조된 주민 4명과 연기를 흡입한 또 다른 주민 1명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불은 이날 오후 1시 57분쯤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스프링클러 의무화 전 건물'... 제도 사각지대의 비극 반복

문제의 아파트는 2006년 준공 승인된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이후 16층 이상 건물에 처음 적용됐으며, 이후 2005년에는 11층 이상,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다수의 노후 아파트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고에 앞서 이달 2일과 지난달 24일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부산 지역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부산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