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색깔, 패턴 넘어 노 타이까지... '넥타이'로 메시지 전하는 정치인들

"넥타이로 전해지는 정치인의 시그널, 지금 필요한 넥타이는..."


정치인의 넥타이는 자신의 소속과 신념, 때로는 의도와 결단을 드러내는 무언의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미리 준비한 취임사를 마친 뒤 자신이 매고 온 넥타이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김 총리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양이 그려진 넥타이를 했는데, 어제는 파란색 바탕이었고 양은 사회적 약자를 상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넥타이 색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지만, 총리로서 공식적인 첫발을 내딛는 취임식을 앞두고 '넥타이' 선택에 큰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사이트지난 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여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이러한 '넥타이 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12월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던 김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며 오랫동안 고수하던 붉은색 넥타이를 풀었습니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당분간 무소속 상태로 지내겠다고 발표한 지난 5월 8일에는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했죠.


그리고 일주일 뒤인 15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할 때는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해 자신의 반전 행보를 부각했습니다.


'넥타이 정치'로 국민 통합 이루려면


인사이트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넥타이 변화 / 뉴스1


이후 김 의원은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 아무런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은 '노 타이' 상태로 등장했습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자신이 무소속임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다수의 예상대로 텅 빈 김 의원의 목에는 파란색 넥타이가 감겼습니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넥타이를 맨 채 입당 환영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렇듯 붉은색에서 검은색, '노 타이'를 거쳐 파란색 넥타이로 이어진 김 의원의 행보는 '넥타이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됩니다.


앞서 김 의원은 '노 타이'를 무소속 상태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삼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보여주기식 정치'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인사이트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최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넥타이를 착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는 보여주기식 정치가 아닌 '실용 정치'를 강조하는 국정 운영 철학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취임 직후 이 대통령은 그간 줄기차게 착용한 파란색 넥타이 대신 여러 색이 어우러진 넥타이를 연이어 착용하며 '국민 통합'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 때도,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같은 달 7일과 12일에도, 탄핵소추안 가결 후 진행한 대국민 담화에서도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섰습니다.


인사이트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오늘(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도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출석했습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연창하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이처럼 정치인이 선택하는 넥타이 하나는 국민을 반으로 가르고, 또 하나로 모으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범 진영 통합을 뜻하는 '보라색' 넥타이가 더 많이, 자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인사이트지난달 4일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