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신간]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권성민 PD,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로 한국 사회 갈등 해법 제시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예능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기획·연출자 권성민 PD가 신간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화제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프로그램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확장하며,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 축인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 문제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조명한다.


9791198850263.jpg사진 제공 = 돌고래


"현실 사회의 축소판을 재현하고 인간의 다면성을 조명하며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권 PD는 14년간 예능 프로그램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사회적 개념들을 일상 속 사례와 구체적 풍경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어떤 입장이 옳고 그른지 규정하기보다, 온라인에서 두드러지는 극단적 의견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 형성 배경과 본능을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역사와 궤적을 지닌 존재이며, 단순한 의견으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정권 출범 이후 국민 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이 책은 해묵은 갈등을 끝내고 공존의 사회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해 더욱 의미를 가진다.


온라인 소통의 한계와 새로운 공론장의 필요성


지난 2024년 1월 방송된 '더 커뮤니티'는 정치에 관심 많은 이들은 물론 젊은 층과 해외 시청자들까지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인물이지만 보다 보니 그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시청자 반응은 프로그램이 지향한 바를 잘 보여준다.


현재 우리 사회는 SNS가 여론 형성의 중심으로서, 알고리즘을 통한 '확증편향'으로 기존 생각이 강화, 공고화되고 있다. 이에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며 민주주의의 크나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책의 1부 '서로 만나지 않는 세상'에서 권 PD는 온라인 환경에서 극단적 의견이 두드러지고, 한 사람의 의견이 형성되는 다양한 맥락과 역사가 지워지는 문제를 지적한다. 서로가 서로를 '비인간화'하면 건강한 여론 형성과 합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유희적' 공론장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하버마스가 공론장 모델로 제시한 18세기 유럽의 살롱이나 카페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공적인 의견 교환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별, 연령, 정치 성향에 따라 파편화된 1인 1미디어 시대에 필요한 대화의 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사상검증 테스트로 본 한국 사회의 갈등 지형


프로그램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사상검증 테스트'에는 지난 1년간 약 120만 명이 참여해 방대한 데이터가 쌓였다.


책의 2부 '각자의 입장을 점검하기'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치, 계급, 젠더, 개방성의 주요 쟁점을 다룬다.


저자는 18세기 프랑스 혁명부터 현대 정치학자들의 논의까지 살피며 좌파와 우파 개념의 역사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단순한 분류 아래 존재하는 다양한 입장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계급 차원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계급 이동 가능성이 사라지는 현실을 지적한다. 가난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되고, 부는 전시되며 또 다른 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가난 경험을 고백하면서도 '능력주의'에 관해 객관적으로 성찰한다.


젠더는 테스트 데이터에서 가장 극단적인 값이 많이 나온 영역이다. 저자는 방영 당시 논란이 된 '이퀄리즘' 표현에 대해 해설하며, 젊은 여성과 남성이 경험하는 현실 간의 간극을 인정하는 데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들에게 부재한 긍정적 역할 모델, 이성애 규범에 남아있는 가부장 문화, 20대 초반의 병역 의무 등이 남녀 간 현실 인식의 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답 없는 공존을 향한 여정


책의 3부 '정답 없이 공존하기'에서는 정체성 정치, 노동계급의 보수화, 진보 정권에 대한 불신 등 현대 정치의 뜨거운 쟁점들을 다룬다.


제21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드러난 연령별·성별 투표 양상을 분석하며, 고소득·고학력 문화 엘리트 주도의 진보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진 배경을 살핀다.


저자는 진보 진영이 도덕적 메시지와 계몽의 언어를 앞세워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공론장에서 배제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기득권에 대한 광범위한 반감과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더 커뮤니티'는 서바이벌 형식을 따르면서도 다수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가능했다.


일례로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중반까지 전원이 생존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합의했고, 정치적으로 '우파', 계급적으로 '부유' 성향이 강한 출연자들이 과반이었음에도 약자 보호를 공약한 '백곰'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는 서로를 밀어내야만 살아남는 환경이 아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의 최저선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성실하게 만나고, 예술을 통해 익숙한 이야기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며, 때로는 정답 없이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