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 기준, 30년 만에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전환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7일 발표된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보험 도입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적용 기준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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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으로 시간제 근로자와 단기 일자리 종사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존에는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만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었다. 이로 인해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초단기 근로자 등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군은 고용보험 혜택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새 제도에서는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각 사업장의 소득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합산 소득이 기준을 넘으면 가입이 가능해진다.
실업급여 지급 기준도 '실 보수' 기준으로 개선
실업급여 지급 방식도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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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에서는 이직 전 임금을 별도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사업주가 이직확인서를 제출해야 했고, 이로 인해 급여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급여가 실제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되어 보험료 기준과 지급 기준이 일치하게 된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 기간도 기존 '3개월 평균임금'에서 '이직 전 1년간 보수'로 변경된다. 이는 일시적인 소득 변동으로 인한 급여 편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고 지급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고용보험이 앞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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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징수 방식도 간소화... 사업주 부담 경감
고용보험료 징수 방식도 2026년부터 간소화된다.
현재는 사업주가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각각 보수를 이중으로 신고하고, 공단은 전년도 평균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개정 후에는 사업주가 국세청에 매월 신고하는 '당해 연도 실 보수'가 고용·산재보험료 산정 기준이 된다.
이로써 사업주의 이중 신고 부담이 사라지고, 보험료 정산 시점의 불일치도 해소된다. 국세청의 전산 자료만으로도 미가입자를 확인할 수 있어 가입 누락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정규직 고용안전망 강화... 사회보험 개혁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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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도 개편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제도'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77%로 10년 전인 2015년(68.7%)보다 8.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가입률이 92.3%, 비정규직 가입률은 54.7%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주 15시간'이라는 가입기준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오히려 고용보험의 보호에서 제외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가입기준이 실 보수로 바뀌면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상당수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득 기준을 어느 수준에 설정할지, 불규칙한 소득을 가진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지 등은 시행령에서 구체화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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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성'이 불분명한 직종의 고용보험 적용 범위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