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양육비 안 주다 갑자기 7만원 찔끔 송금"...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되자 '꼼수'쓰는 전남편들

양육비 선지급제 허점 노린 '꼼수' 사례 속출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양육비 선지급제'의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 부모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일부 비양육 부모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0차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지난 2월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0차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30대 여성 A씨는 이혼 후 4년간 겪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털어놓았다. 


A씨는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전남편이 이혼 후 첫 두 달만 양육비를 보내고 나머지 3년 10개월 동안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을 앞두고 전남편이 갑자기 20만원씩 3차례 송금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양육비 선지급제의 현실적 한계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 중인 양육비 선지급제는 한부모가족에게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후 나중에 채무자에게 징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미성년 자녀 1인당 최대 월 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 등의 노력을 했음에도 3개월 또는 3회 연속으로 양육비를 받지 못한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문제는 신청일 직전 3개월 이내에 비양육자가 소액이라도 송금했다면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규정을 악용해 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류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이혼 과정에서 형성된 적대감으로 인해 전 배우자에게 돈을 이체하는 것을 감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지급한 돈이 실제로 자녀를 위해 사용될지 의심하는 경우나, 소송 당시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으나 이후 상황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 변호사는 A씨의 전남편 사례에 대해 "선지급제 신청을 방해해 징수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로 한부모 가족 커뮤니티에서는 "1년 가까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다가 지난달 갑자기 7만원을 입금했다"는 등 유사한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어 제도의 신속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급되는 월 20만원은 법원에서 일반적으로 산정하는 양육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류 변호사는 "아직 제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양육비 이행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양육비는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가족부는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하는 비정기적이고 악의적인 양육비 지급 사례 등을 검토해 추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이 제도에 배정된 예산은 총 162억원으로, 미성년 자녀 최대 1만35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