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이재명 정부, 내년부터 '채무 탕감' 정책... 李대통령 지지자들도 '혼란'

저소득·자영업자 채무 22조 정리... 재정 부담·역차별 우려도


이재명 정부가 내년부터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과 여론 모두에서 엇갈린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지층 일부는 "성실하게 빚 갚은 사람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라고 반발하는 반면, 오히려 "김문수를 찍었다"라는 반대파들 사이에서는 "필요한 정책, 골목 상권 살리기에는 좋다"는 환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정부는 113만 명의 장기 연체 채무자와 저소득 자영업자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약 22조60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소각하거나 감면하는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별도의 채무조정기구(배드뱅크)를 신설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무담보 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조정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중위소득 60% 이하의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는 채권을 전액 소각하고, 상환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한 뒤 남은 채무는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토록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에 4000억 원을 편성했고, 금융권 차입을 포함해 총 80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소상공인도 포함... '새출발기금'으로 90% 감면 추진


소상공인을 위한 채무 조정도 병행된다. 총채무가 1억 원 이하이며, 중위소득 60% 이하에 해당하는 약 10만1000명의 저소득 소상공인에 대해선 '새출발기금'을 활용해 연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한다. 정부는 이로써 약 6조2000억 원의 채무가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며, 관련 예산으로 별도 7000억 원을 책정했다.


정책 발표 직후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안전망 복원의 일환'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대통령 팬카페와 SNS 커뮤니티 등에는 "그런 채무를 질 정도면 사업을 접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이자 감면 정도는 괜찮지만 원금 탕감은 역차별", "빚을 성실히 갚은 사람들은 무엇이냐"는 글이 잇따랐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를 찍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김문수 후보도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도와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때 생긴 빚 처리 못하는 사람 한둘이 아니다", "돈 없는 사람들 살리는 것도 '투자'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반응이 엇갈리는 사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 개혁 병행 없으면 악순환 반복'... 실효성 지적도 여전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장기적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고용·복지·금융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과거 정부에서도 유사한 채무 조정이 시행됐지만, 일시적인 부채 감소 이후 재부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소득 하위 20%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액은 박근혜 정부 시절 183만 원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126만 원으로 줄었다가 2022년에는 204만 원으로 다시 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새출발기금'으로 194만 원까지 낮췄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7.4%였던 연체율은 2022년 4%대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엔 다시 8%를 넘어서며 2024년 3분기 기준 11%를 돌파했다. 보고서는 "금융 긴축과 서비스업 부진의 영향으로, 자영업자 중에서도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저신용 자영업자(신용등급 하위)의 수는 3.2만 명, 저소득 자영업자는 1.5만 명이 증가했다. 이들 취약 차주가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에겐 구조 개혁의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