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연차 쓰면 찍히고, 찍히면 퇴사 유도"... '따뜻한 커뮤니티'라던 당근 앞 '트럭 시위'

당근 본사 앞에 트럭 시위..."차별, 업무 배제" 등 주장


"가족이 아파서 연차를 내면 가족 진단서를 내라고 하고, 안 내면 무단결근이래요. 3만원 써서 진단서 안 내면 징계하겠다는 협박까지 들었습니다"


'동네 이웃을 잇는 따뜻한 커뮤니티'를 표방해온 당근. 그 따뜻함이 조직 내부까지 닿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트럭 시위'가 벌어졌다.  


KakaoTalk_20250619_135041267_01.jpg사진 제공 = A씨


지난 19일 당근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 교보타워 앞과 신논현역 일대에서 트럭 시위가 진행됐다. 


트럭에는 "당근에게 말합니다.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많은 회사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파서 연차/반차 쓴다니까 유료 진단서(2~3만원) 필수로 내라고요? 안 내면 무단결근이라고요? 이게 당근 고객센터의 연차 사용법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고객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당근서비스' 소속 A씨를 포함한 상담사 일동이 사내 부당함을 알리는 시위였다. 현재 당근서비스에는 약 80명이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인사이트 취재진에 "사내에 목소리를 내도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 외부에 알릴 수밖에 없었다"며 "당근서비스가 당근의 자회사인 만큼 본사에 이 사안을 알리면 문제 해결에 나서주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50620_151203693_01.jpg사진 제공 = A씨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근서비스 조직 내에서는 연차(반차 포함)를 사용하려면 병원 진단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가족이 아파서 연차를 쓸 경우 가족의 진단서까지 요구된다. 진단서는 통상 2~3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또한 제출을 거부하거나 내지 않을 경우 인사팀에서 징계를 언급하며 '협박한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연차 사용도 사실상 제한됐다. A씨는 "월요일, 금요일, 공휴일 다음날엔 연차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며 "여러 명이 같은 날 연차를 내는 것도 금지된다"고 말했다.


'찍히면 퇴사까지 유도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관리자의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으로 문제 있는 지시를 거부하면 부서 이동을 시키거나 원래 업무와 전혀 다른 일을 맡긴다"며 "인사팀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일에서 배제 시킨다. 결국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한 달 내 퇴사한다"고 증언했다.


image.png당근


A씨는 "입사자보다 퇴사자가 많고, 남은 인력은 과중한 업무에 떠밀려 연쇄적으로 그만두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트럭 시위를 통해 당근 본사가 자회사인 당근서비스의 노동환경 실태를 정확히 인지하길 바란다며 "운영진은 더 이상 사내 정치에 몰두하지 말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지금 필요한 건 통제와 회피가 아닌, 개선을 위한 진심이다"라고 지적했다.


당근 "전 직원의 공식 의견 아냐...문제 정책은 폐지"


이번 시위에 대해 당근 측은 인사이트에 "당근서비스 전 직원의 공식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연차 사용 시 진단서 요구와 관련해선 "고객응대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업무 특성상 팀 단위 일정 관리가 필수적이었다"며 "2023년 4월부터 휴가일 기준 1주일 이내 연차에 한해 진단서를 요청했던 것은 예기치 못한 운영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정책은 현재 폐지됐다고 당근 측은 주장했다. "올해 들어 본사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외부 자문을 거쳐 폐지해 현재는 진단서 없이도 연차 사용이 가능하다"며 "지난 17일, 파트 리더들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정책 변경 사항을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50620_151203693_03.jpg사진 제공 = A씨


당근 측은 "시위에서 언급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며 "회사와 임직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어, 이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변화하는 조직 환경과 구성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한편 A씨는 당근 측의 입장에 "공지를 받은 적도 없고, 회사 내 누구도 전달받지 못했다. 시위 이후 급하게 언론에 해명하려고 거짓말을 한 거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