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유 등급 체계, 왜 모든 우유가 1등급일까?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우유 포장에는 항상 '1등급 원유 사용'이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
한우는 1++부터 3등급까지, 달걀은 1+부터 3등급까지 다양한 등급이 존재하는 반면, 우유는 오직 1등급만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가 등급을 고민할 필요 없이 안전한 우유만 유통되도록 설계된 제도적 장치의 결과다.
국내 우유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원유 위생등급제도'에 따라 엄격하게 평가된다. 이 제도는 두 가지 핵심 지표를 기준으로 원유의 품질을 판단한다.
첫째는 '세균수'로, 착유 환경과 저장 설비의 위생 상태를 나타내며, 둘째는 '체세포수'로 젖소의 건강 상태를 반영한다. 이러한 철저한 이중 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1등급 원유만이 시중에 판매되는 신선우유 생산에 사용되고, 낮은 등급의 원유는 탈지분유 등 가공용 원료로만 활용된다.
국산 우유의 품질, 수치로 입증되는 안전성
지난 2024년 상반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사 결과는 국산 우유의 높은 품질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세균수 기준 1등급 원유 비율은 99.6%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체세포수 기준 1등급 비율은 71.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67.9%, 2023년 71.1%에 이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로, 단순히 위생 기준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품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양유업을 비롯한 국내 주요 유업체들은 글로벌 안전 기준에 맞춰 우유 생산의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식약처의 HACCP, 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FSSC 22000, 미국 FDA의 PMO 등 국제적 인증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원유 수급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과학적이고 정밀한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우유는 맛이나 색상만으로는 신선도와 품질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식품이다. 따라서 1등급 기준을 통과한 원유만 유통되는 현행 시스템은 소비자 신뢰의 근간이 된다.
국내 유통 구조에서는 2등급 이하 원유가 시유로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2등급 우유'라는 제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가 등급을 고를 필요가 없도록 설계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정지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축산위생품질팀 수의사무관은 "국산 우유는 단지 '흰 우유' 한 팩이 아니라 그 안에는 젖소의 건강, 생산자의 관리, 정부의 기준, 과학적 설비와 검증 시스템까지 모두 담겨 있다"며 "국산 우유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식품 중 하나로, 소비자가 믿고 마실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