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이 아닌 계승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한국사
한국사를 공부하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각 왕조의 흥망성쇠를 개별적으로 나열할 뿐, 나라 사이의 '연결된 역사'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조선이 멸망한 뒤 백성들의 부흥 운동이 고구려 건국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면, 한국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바로 이 '계승의 역사', 즉 연속성이다.
사진 제공 = 클랩북스
'거꾸로 읽는 한국사'는 5,000년 한국사의 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꿰어낸다. 고조선부터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 대한제국,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나라가 무너지고 새롭게 세워질 때마다 존재했던 계승의 정신과 사건들을 추적한다.
이 책은 그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짚으며, 기존 연대기식 역사책에서 느낄 수 없던 '한국사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이해하는 감각'을 제공한다.
멸망 이후의 역사,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다
'거꾸로 읽는 한국사'의 가장 큰 특징은 나라가 멸망한 '이후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나라를 잃은 백성은 무엇을 했을까?", "멸망은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라는 질문은 기존 역사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신선한 물음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 나라의 멸망을 역사의 끝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책은 멸망이라는 마침표에 물음표를 덧붙인다.
단절이 아닌 계승의 관점으로 나라가 사라진 이후에도 살아있던 사람들의 이야기, 포기하지 않고 나라를 재건하려는 정신과 움직임을 따라가며 새로운 한국사의 시선을 제시한다.
한국사에서 가장 장렬한 멸망의 순간으로 꼽히는 고조선의 경우, 마지막 왕 우거왕은 1년 넘게 한나라의 침공에 맞서 싸우며 끝까지 항복을 거부하다 내부 반역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는 한국사에서 유일하게 '항복 대신 죽음을 택한 왕'이었다. 고조선은 무너졌지만, 그 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끊어지지 않는 역사의 흐름을 생생하게 복원
고구려 역시 한반도와 만주를 아우르는 최강국이었지만 멸망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구려 유민들은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왕족 안승과 장수 검모잠이 주도한 부흥 운동은 30년 동안이나 이어졌고, 심지어 포로가 된 마지막 왕 보장왕조차 당나라의 명령을 거부하고 재건을 꾀하다 유배됐다.
결국 고구려의 정신은 대조영에 의해 '발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워졌고, 그 흐름은 고려, 대한제국,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고조선에서 시작해 각 왕조의 '멸망' 순간마다 어떤 저항이 있었고, 어떻게 계승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는지를 흥미롭게 따라간다.
역사는 단순한 흥망성쇠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 비극 같던 멸망이 다음 시대를 여는 결정적 장면이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풍부한 시각 자료와 독창적 연표로 이해도 높여
'거꾸로 읽는 한국사'에는 내용의 다양성만큼 이해를 돕는 그림과 사진이 풍부하다.
두 저자는 역사학자와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사 뉴스레터 '나만의 한국사 편지'의 발행인으로서, 전국의 박물관과 유적지를 오랫동안 누비며 직접 촬영하고 소장해 둔 귀한 사진을 책에 담았다. 이를 통해 주요 유물과 유적을 실제 박물관에서 관람하듯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계승의 관점'으로 새롭게 구성한 한국사 연표다.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이 연표는 기존의 단절된 서술 방식을 넘어 5,000년 역사의 연속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역사학자의 통찰로 복원해낸 이 독창적 연표는 독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각 편지의 시작과 끝에는 집배원 부의 '여는 말'과 '간단 요약'을 실어 재미와 궁금증은 더하고 복잡함은 줄였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도 한국사의 새로운 사실을 담은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각 나라가 어떤 이유로 무너졌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로써 한국사를 잘 아는 독자는 물론, 잘 알지 못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