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등록금 빚진건데... 말 안하고 결혼했다가 가정폭력 당하고 사는 남편에 변호사가 한 조언

결혼 전 빚 숨긴 남편, 아내의 이혼 요구는 법적으로 가능할까?


결혼 전 빚을 숨기고 결혼한 남성이 아내와의 갈등 속에서 법적 조언을 구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해당 남성은 결혼 전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등으로 수천만 원의 빚이 있었으나, 월급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혼 직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속아서 결혼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부부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남편은 퇴근 후 배달 일까지 하며 빚을 모두 상환했지만, 아내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의 생활 습관에 극도로 예민해졌고, 용돈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등 통제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술을 마신 후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아내는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혼 가정에서 자란 남편은 아들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이혼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사기 결혼' 주장,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임형창 변호사는 이 사례에 대해 명확한 법적 견해를 제시했다. 민법 제816조 제3호에 따르면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 능력이나 학력, 집안 사정 등을 속였다는 이유만으로는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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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변호사는 "만약 갚을 수 없는 억대의 빚이 있는데 재력가라고 속이고, 명문대 출신이 아닌데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면서 집안 재산까지 속인 데다, 실제로는 결혼할 의사가 없었으면서 예복비 등을 편취하기 위해 결혼했다면 혼인취소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례의 경우 단순히 결혼 전 빚이 있었던 것을 말하지 않았을 뿐, 결혼할 의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결혼 후 갚을 수 있는 수준의 빚이었으므로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 내에만 청구할 수 있는데, 이미 5년이 지났기 때문에 혼인 취소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혼 소송, 누구에게 유리할까?


우리나라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를 유책주의로 해석한다. 즉, 혼인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사례에서 남편은 빚을 숨기고 결혼했지만 이미 모두 상환했고, 가출이나 외도, 폭언이나 폭행 등의 행위는 없었다.


오히려 아내가 남편의 빚을 빌미로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며 부당한 대우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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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변호사는 "이런 경우에는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아내에게 있어 아내는 이혼을 재판상 청구할 수 없고, 오히려 남편이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아내가 이혼을 재판상 청구한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주장해야 하지만, 주어진 사실관계만으로는 그러한 청구가 인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가능성


혼인기간이 5년으로 짧고 아내가 혼인기간 내내 전업주부로 소득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산분할 시 남편의 기여도가 더 높게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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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변호사는 "남편이 이혼을 청구하게 된다면, 재산분할에서 80% 정도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아내의 폭행이나 폭언 등 귀책사유가 있기 때문에, 재산분할과는 별개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만약 이혼을 고려한다면 아내의 부당한 대우를 녹화나 녹취 등으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결혼 전 빚을 숨긴 것만으로는 혼인 취소나 아내의 일방적인 이혼 청구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는 남편이 이혼을 청구할 경우 법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