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당선되면, 용산엔 가지 마세요!"
9일 오전 경북 경주시 용강산업단지 인근. 철제 간이 사다리 위에서 즉흥 연설을 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한 시민이 외친 말이다.
이 후보가 "어디요?"라고 되묻자, 시민은 "대통령실이요!"라고 소리쳤다. 이 후보는 짧게 웃은 뒤 "아아, 그것은 나중 얘기"라며 웃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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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경남 등 영남권을 도는 '3차 골목 경청투어'를 시작했다. 앞서 그는 접경지와 강원 영동권을 순회한 1차 투어, 경기 남부·충청·전북권을 도는 2차 투어를 진행한 바 있다.
잠옷 차림 주민, 눈물 흘린 상인..."진짜 대한민국" 읽어내려
궂은 날씨에도 이 후보가 나타나자 주민 수십 명이 거리로 몰렸다. 일부는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흰 셔츠에 베이지색 카디건, 검은 바지를 입고 상권을 누비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 문구점 주인은 이 후보를 보자 눈물을 터뜨렸다. 이 후보는 손을 맞잡고 "안 우셔도 되는데요"라고 말했다. 주인은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다.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괜찮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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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인은 손수 쓴 편지와 손수건을 이 후보에게 건넸다. 편지를 받아든 이 후보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자리에서 바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손수건을 바라보며 "우니까 필요한 거냐"며 웃어 보였다.
"APEC 반드시 성공시켜야"...경호엔 항의성 목소리도 나와
연설 말미, 이 후보는 다시 철제 사다리에 올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투표지는 총알보다 강하고, 투표는 총보다 강하다"며 "경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나라, 희망이 넘치는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외쳤다.
이어 이 후보는 올해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언급했다. 그는 "APEC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꼼꼼히 챙기겠다"며 "경주가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가 아니라 찬란한 문화가 다시 꽃피는 새로운 천년고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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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허술' 지적도 나와
이날 현장에는 경찰과 경호 인력이 '인간 띠' 형태로 이 후보 주변을 둘러쌌다. 최근 신변 위협 제보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였다. 이 후보는 시민들과 직접 악수하거나 포옹하진 않았지만, 사진 촬영이나 사인 요청에는 적극 응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호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민주당 지지 유튜버는 "경북만 오면 경호가 허술하다"고 말하며 경찰 측에 항의했다.
그는 생방송 중 "여러분, 보이시죠? 경찰이 라인을 안 잡고 뭐 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