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23일(금)

"멍 때리기 고수를 찾습니다"... '한강 멍 때리기', 이번주 일요일 잠수교서 승부 가른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멍때리기 대회'의 특별한 하루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위에서 이번 주말, '국내 멍때리기 1인자'를 가리는 독특한 경연이 열린다. 


서울시는 오는 11일 오후 4시,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인사이트 '2023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 2024.5.12/뉴스1


올해는 총 4547팀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이 중 80팀이 선정되어 5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양한 직업과 세대의 참가자들이 사연 심사를 통해 선발되었으며, 이들은 군인, 구급대원, 기관사, 환경미화원,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됐다.


참가자 중 한 명인 60대 양모 씨는 딸과 손자와 함께 '3대 출전'을 예고하며 "10년간 황혼육아에 바빴는데 이번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40대 환경공무관 박모 씨는 "어두운 거리에서 일하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곤 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온전히 누리고 싶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인사이트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열린 '2023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2023.5.21/뉴스1


대회의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은 채 90분 동안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승패는 단순히 가만히 있는 것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별 참가자는 심박수 안정도를 바탕으로 한 '기술 점수'와 현장 시민 투표로 결정되는 '예술 점수'를 종합해 평가받는다. 특히 심박수 그래프는 참가자의 내면적 평온을 수치화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심사는 시민 투표로 예술 점수 상위 10팀을 먼저 선정하고, 이들 중 기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우승자는 트로피와 상장을 받으며, 모든 참가자는 '멍때리기 대회 참가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인사이트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열린 '2023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심박측정기를 착용하고 있다. 2023.5.21/뉴스1


또한 현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진행된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대회를 관람하고 플리마켓과 푸드트럭, 힐링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첫 개최 이후 세계적 주목을 받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서울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누적 1만9403팀이 참가 신청했으며, 이는 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쉼이 얼마나 귀중한지 일깨우는 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