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7일(토)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주선' 조심하세요... 추락 경고 뜬 구소련 탐사기, 범위에 한국도 포함

냉전 시대의 유물, 소련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 지구로 귀환 임박


1972년 구소련이 금성 탐사를 위해 발사한 '코스모스 482호'가 53년 만에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는 코스모스 482호가 오는 9일~10일 사이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코스모스 482호는 냉전 시대(1959~1989년) 소련이 국가 위신을 걸고 추진했던 우주 개발 프로그램의 일부였다.당시 소련은 금성 탐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현재까지도 금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것은 소련의 베네라 시리즈 탐사선이 유일하다.


인사이트1972년 7월 22일에 금성 착륙에 성공한 베네라 8호. 코스모스 482호도 이 탐사기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 NASA


냉전 시대 우주 개발 경쟁의 산물... 지구 귀환 경로와 잠재적 위험


1972년 3월 31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코스모스 482호 역시 금성 착륙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구 궤도에서 금성을 향해 로켓을 분사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분해되어 지구 궤도 탈출에 실패했다.


이 실패를 감추고자 했던 소련 정부는 이 탐사선에 '베네라' 대신 일반 인공위성에 붙이는 '코스모스'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최근 코스모스 482호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22년 네덜란드의 아마추어 관측팀 'SatTrackCam Leiden'의 블로그 게시물이었다.


이들은 지구 궤도에 남아있는 코스모스 482호의 잔해가 우주 공간 순항용 기체가 아닌 착륙 캡슐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목적지인 금성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구 궤도에 머물러 있던 이 우주 탐사선은 10일 전후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진입 예상 시간의 오차가 20시간에 달해 정확한 시간을 추정하기 힘들지만, 재진입 예상 시점의 중간치는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4시 30분이다.


낙하 예상 범위는 북위 52도에서 남위 52도 사이다.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 대륙 대부분, 남위와 중위도 유럽, 아시아의 대부분의 지역을 포함한다. 한국 역시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금성의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내열 구조의 착륙 캡슐이 그대로 지표에 낙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사이트베네라 7호 탐사기의 모형 / NASA


코스모스 482호의 무게는 495kg, 크기는 1m에 이른다. 착륙 캡슐은 티타늄 껍질로 덮인 약 472kg의 견고한 물체로, 지구보다 90배나 밀도가 높은 금성의 대기를 돌파하고 황산비가 쏟아지는 고온 환경에서도 1시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코스모스 482호는 재진입 과정에서 불타지 않고 지상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지구 표면의 약 70%가 바다이고 육지에도 무인지대가 많아 인명 피해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다만 과거에 운석이 주택 지붕을 관통해 사람이 부상한 사례가 있듯,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Jonathan McDowell)은 "자동차가 공중에서 시속 150~300km 속도로 추락하는 것과 같은 충격일 것이나 사람이 피해를 입을 확률은 1만 분의 1"이라면서 "만약 충돌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누군가가 다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모스 482호의 궤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