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6일(금)

임신 중에도 18m 잠수... 제주 해녀 몸속에 숨겨진 비밀

한국 제주도의 놀라운 해녀들, 그들의 유전적 비밀


제주도에는 독특하고 존경받는 여성 공동체가 있다. 바로 해녀들이다. 이들은 연중 내내 제주 바다에 뛰어들어 성게, 전복 등 해산물을 채취한다.


호흡 장비 없이 오직 잠수복만 입고 수심 18미터까지 잠수하며, 하루 4~5시간 동안 여러 차례 바다에 들어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임신 중에도, 그리고 고령에도 이 작업을 계속한다는 점이다.


유타 대학교 생물의학 정보학 조교수인 멜리사 앤 일라르도는 이들에 대해 "수천 년 동안, 그들은 이 놀라운 모계 전통을 이어왔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로부터 잠수하는 법을 배우고, 집단으로 나가서 잠수를 한다"며 "그들은 정말 놀라운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연 이 놀라운 능력은 유전 덕분일까, 훈련 덕분일까. 과학자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녀들의 유전적 특성과 연구 결과


미국 유타대 생물정보학 교수 멜리사 안 일라르도(Melissa Ann Ilardo)는 한국, 덴마크, 미국 연구진과 함께 제주 해녀의 신체 조건과 유전자를 분석했다.


2일 과학 저널 'Cell Reports'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녀들은 프리다이빙의 생리적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한 독특한 유전적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향후 혈압 장애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은 해녀 30명, 제주에 사는 일반 여성 30명, 한국 본토 여성 31명을 모집해 실험을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65세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심박수, 혈압, 비장 크기를 비교하고 혈액 샘플에서 유전체를 분석했다. 연구의 주 목적은 다이빙 경험이 없는 참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물속에 있는 신체적 스트레스를 안전하게 재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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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는 '시뮬레이션 다이빙'을 진행했다. 일라르도는 "얼굴을 차가운 물이 담긴 그릇에 담그고 숨을 참으면 몸은 마치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포유류 다이빙 반사를 자극하는 신경이 얼굴을 통과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해녀뿐 아니라 제주 여성 전반이 혈압을 덜 올리는 유전형질을 갖고 있었다. 본토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이 나타난 것.


일라르도는 "다이빙할 때 혈압이 상승합니다. 제주도 주민들은 혈압 상승이 덜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특성은 임신 중에도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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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과 유전의 조합


또한 추위와 통증을 잘 견디는 유전자도 더 자주 관찰됐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저온에 대한 반응을 실험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장의 크기도 제주 여성이 평균적으로 더 컸지만, 나이, 체중 등을 고려하면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는 아니었다.


유전적 차이만이 다가 아니다. 실제 해녀들의 심박수는 잠수 시 일반 여성보다 50% 더 크게 감소했다. 산소를 아끼고 더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일라르도는 "이건 명백히 훈련 효과다. 해녀들만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과거 인도네시아 바자우(Bajau)족의 경우처럼 유전적 특성과 훈련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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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벤 트럼블 교수는 제주도 주민들에게서 발견된 낮은 혈압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추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혈압이 10% 이상 낮았다. 그것은 상당히 인상적인 효과다"라며 "유전자는 단백질을 코딩하며, 어떤 단백질 변화가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인 암시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전통은 사라져가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해녀 일을 하지 않는다. 현재 평균 연령이 70세인 해녀들이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일라르도는 제주 해녀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 연구는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제기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여성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보여준다"며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 매우 특별하며, 그들이 하는 일은 독특하고 축하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